[책세상 트위터 엿보기]부산 동보서적 30년 만에 폐업

  • 동아일보

“밤바다의 등대였는데…” 시민들 아쉬움

30년 역사를 뒤로하고 9월 30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부산 동보서적이 홈페이지에 올린 폐업 안내문.
30년 역사를 뒤로하고 9월 30일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은 부산 동보서적이 홈페이지에 올린 폐업 안내문.
작가들의 트위터를 보면 자기소개를 글쟁이답게 톡톡 튀는 문장으로 장식한 작가들이 눈에 띈다.

“이야기 바깥은 없다고 믿는 글쟁이, ‘1/n’을 만드는 잡지쟁이, 느릿느릿 떠도는 산책쟁이, 해몽보다 꿈을 좋아하는 몽상쟁이, 목동 못난이 삼형제 중 장남”(김탁환), “소설가. 스타일, 다이어트의 여왕을 썼고 앞으로도 ‘아이작 아시모프’만큼 많이, 오래, 쓰는 게 꿈이라면 꿈”(백영옥), “딴에 시인. 그리고 editor. 뭐든 궁금해하고 그만큼 게으른 사람. 겨울 저녁시간 그 하늘, 꼭 그런 사람”(유희경), “소설 쓰는 사람, 아마도”(정이현).

맛깔 나는 문장으로 트위터를 주름잡는 이외수 씨의 자기소개는 의외로 건조하다. “화천군 감성마을 소설가”라고 소개하고 있다.

출판계에선 부산에서 비교적 큰 ‘사건’이 일어났다. 30년간 서면 한복판을 지켜온 동보서적이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폐업했다는 소식이다. 전국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부산 사람들을 우울하게 한 뉴스였다.

시민들은 각자의 추억을 얘기하며 트위터에 ‘유감’의 글을 올렸다. “1980년 문을 열었던 동보서적이 오늘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습니다. 부산 사람이라면 동보서적과 관련된 추억이나 기억 하나쯤은 갖고 있을 텐데, 인터넷과 서울 대형서점의 공세 속에 못 지켜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동보서적 마지막 날 거대 자본에 하나씩 사라져가는 지역의 기억들. 서면 지리에 어둡던 어린 시절. 동보서적과 태화쇼핑은 나에게 밤바다의 등대였는데.”

“어제 부산의 대표적인 서점인 동보서적. 그 마지막 운영일이라고 찾아가서 그 흔적을 두 눈에 담고 왔다. 사람들은 마지막이라고 입구에 폐점 안내 문구를 카메라에 담고 방송국에서도 취재를 왔었는데…, 씁쓸한 마지막.” “곧 없어진다는 부산 동보서적에 들렀습니다. 지난 어린 시절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대형서점은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겠지만, 그리움과 추억은 결코 제공해 주지 못하겠지요. 여러 책들을 보며 아쉬움을 곱씹어봅니다. 이곳에서의 인연도 많이 생각나네요.”

한 시민은 오늘날의 독서문화를 탓했다. “오늘 부산의 대표적인 서점이었던 동보서적이 문을 닫았습니다… 참 안타까워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네요… 책 많이 읽는 시민운동이라도 해야 할 판이네요.”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