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95>王은 知夫苗乎잇가 七八月之間에…

동아일보 입력 2010-10-01 03:00수정 2010-10-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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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생동적인 비유를 잘 사용해서 그 담론이 매력적이다. ‘양혜왕·상’의 이 제6장에서는 ‘사람 죽이기 좋아하지 않는’ 군주의 나라가 興起(흥기)하는 모습을 벼 싹의 예에 비유했다.

맹자는 ‘천하가 한 곳에 정해질 것’이라 말하고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가 능히 통일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런데 양양왕이 ‘대체 그런 군주에게 누가 돌아가겠소?’라고 냉소적으로 말하자 맹자는 ‘천하 사람 가운데 돌아가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짧게 主旨(주지)를 말했다. 그러고서는 마치 長廣舌(장광설)을 늘어놓을 듯 敷衍(부연)의 말을 했다. 농사의 예를 들어 주의주장을 알기 쉽게 말한 것인데, 油然(유연)·沛然(패연)·발然(발연) 등 유사한 짜임의 의태어를 세 번이나 사용해서 언어의 묘미를 극대화했다.

知夫苗乎의 夫는 ‘저’라는 지시사로 보기도 하고, 동사의 목적어를 뒤에 이끌어오는 조사로 보기도 한다. 七八月은 周나라 달력을 기준으로 했으므로 지금 달력으로는 6, 7월에 해당한다. 旱(한)은 旱魃(한발), 槁(고)는 말라 죽음이다. 旱則苗槁矣의 則(즉)은 아래의 則과 마찬가지로 조건과 결과를 잇는 접속사인데, 조건부가 짧아서 떼지 않고 붙여서 읽는다. 孰能禦之는 누가 그 기세를 막을 것인가라는 뜻이다. 禦(어)는 制御(제어)로, 禁止(금지)의 뜻과 같다.

맹자가 기대했듯이 仁政과 정의를 실천하는 나라는 정말 누구도 막지 못할 기세로 흥기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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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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