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 스님에게는 주지와 불교환경연대, 스님… 이런 ‘틀’들이 자신을 담을 수 없는 ‘작은 종지’처럼 여겨질 수도 있어요.” “승적 반납? 실제 반납한 적도 없고 그건 그냥 뜻으로 읽어야죠.”
6월 화계사 주지와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등을 버리고 돌연 떠난 수경 스님에 이어 최근 주지로 임명된 수암 스님(45·사진)을 25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 화계사에서 만났다. 수암 스님은 수경 스님의 근황을 묻자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스님이 글 말미에 ‘어느 따뜻한 겨울, 바위 옆에서 졸다 죽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고행과 새로운 원력을 위한 재발심(再發心)이죠. 스님 원력이 이뤄져 화계사 대중이 손과 발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할 겁니다.”
수암 스님은 국제포교와 불교 환경운동의 중심 도량으로 자리 잡은 화계사 주지 자리가 무겁지 않으냐고 묻자 “거목 아래서는 작은 나무가 살 수 없다”며 자신을 낮췄다. 그러면서 이미 30대 초반에 뜻하지 않게 충남 태안 흥주사와 홍성 용봉사 주지를 지냈다고 했다. 선방에서 평생 참구하고 싶었지만 주지 마음을 내라는 큰스님의 말을 거역하지 못한 것.
“불가의 복(福)은 글자는 같지만 뜻은 달라요. 선원에서 수좌로 살며 평생 공부하는 복인데 지금 생에는 그 복이 없더군요. 절집 공사도 감독하고 사람들을 끝없이 만나야 하는 행선(行禪)이 내 복인 듯합니다.”
스님은 수덕사 방장인 설정 스님의 상좌로 1989년 범어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고 수덕사 교무국장과 총무원 총무국장, 화계사 총무국장 등을 지냈다. 행자 시절 도반인 주경 스님(부석사 주지)은 수암 스님을 “은사 스님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여도 행자시절의 신심을 품고 사는 ‘늘 젊은 스님’이라고 평했다.
“화계사를 솥으로 보면 이를 지탱하는 큰 세 발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숭산 큰 스님이 뜻을 세운 국제포교, 또 하나는 수경 스님의 환경과 생명운동, 그리고 또 하나는 절집 본연의 교육과 기도, 수행입니다. 세 가지 에너지를 모아 넘치도록 끓여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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