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캘리포니아 와인의 유혹… 감미로운 가을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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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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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관광청 후원 ‘와이너리 투어’
와인명가 ‘몬다비’일가 첫 방한 등 잇달아
‘피노누아-샤르도네’와 함께 와인여행을

최근 와인 업계는 ‘캘리포니아 소식’으로 분주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관광청이 후원하는 레드캡투어의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투어 상품이 최근 선보인 데다 와인 수입업체인 와인나라에서도 캘리포니아 주요 와이너리를 돌아보는 이벤트를 준비 중이다. 또 ‘캘리포니아 와인의 개척자’로 불리는 고(故) 로버트 몬다비 씨의 아들인 팀 몬다비 씨가 한국을 방문해 새 와인을 소개했다. 다음 달에는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방한도 예정돼 있다. 부쩍 캘리포니아 와인이 화제가 되는 이유다.
18일 캘리포니아 관광청 초청 와인 리셉션에서 색소폰 연주자 대니 정이 연주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트윈와인이 수입하는 고급 캘리포니아 와인이 소개됐다. 사진 제공 캘리포니아 관광청
18일 캘리포니아 관광청 초청 와인 리셉션에서 색소폰 연주자 대니 정이 연주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는 트윈와인이 수입하는 고급 캘리포니아 와인이 소개됐다. 사진 제공 캘리포니아 관광청

#1. 서울 속 캘리포니아로 떠난 와인 여행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삐꼴로 에오’.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서울에 문을 연 ‘리스토란테 에오’가 미식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스타 셰프’로 도약한 어윤권 셰프의 세 번째 레스토랑이다.

18일 저녁 이곳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캘리포니아 관광청이 내로라 하는 와인 애호가들을 초청해 와인 디너를 개최한 것. 이날 와인 잔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급 캘리포니아 와인으로 채워졌다. LG그룹 계열사인 트윈와인을 통해 수입돼 판매되고 있거나 조만간 판매될 예정인 와인이다.

음식은 대부분 훌륭했지만 서비스나 메뉴에서 더러 ‘명성’에 걸맞지 않은 결점이 눈에 띄었다. 디너 말미에 평소 4개의 테이블만 놓는다는 이 레스토랑에 이날은 행사를 위해 10개의 테이블이 준비된 탓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평소의 두 배가 넘는 음식을 차리는 것은 역시 한계였을까.

하지만 이런 옥에 티조차 곧바로 향기에 묻힐 정도로 ‘와인 여행’만큼은 깐깐하게 진행됐다. 초크 힐 샤르도네로 산뜻하게 출발한 여정은 우아한 감미(부에나비스타 키네로스 피노 누아)와 견고한 여운(글로리아 페레 메를로)으로, 다시 묵직하지만 부드러운 향취(가이저피크 블랑 카베르네 소비뇽)로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소노마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다. 소노마 부에나비스타 와이너리의 피노 누아를 두고 “혀끝에서 자장가처럼 춤을 춘다”고 표현한 영화 대사가 떠올랐다. 가이저피크의 와인은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시절부터 백악관의 공식 와인으로 지정돼 인기를 얻고 있는 와인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카베르네 소비뇽은 과일 향이 두드러지면서도 복합적인 향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인 메뉴에 앞서 부에나비스타 라말 비니어드 에스테이트 시라즈가 약간의 자극으로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나온 마지막 와인은 실버라도 카베르네 소비뇽 솔로. 중심을 잘 잡고 버티는 무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투어는 캘리포니아 지역에 대한 ‘총체적 경험’이라고 불린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내파밸리에 위치한 카르디날 와이너리에서 한 여성이 와인잔을 든 채 눈앞에 펼쳐진 세인트헬레나 산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 제공 캘리포니아 관광청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투어는 캘리포니아 지역에 대한 ‘총체적 경험’이라고 불린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내파밸리에 위치한 카르디날 와이너리에서 한 여성이 와인잔을 든 채 눈앞에 펼쳐진 세인트헬레나 산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 제공 캘리포니아 관광청
게감에 어울리는 상큼한 향기가 일품이었다. ‘역시 조용필은 마지막 무대에….’

#2. 진짜 캘리포니아 와인 여행을 원한다면

22일 한국에 와서 26일 떠난 팀 몬다비 씨의 방한은 몬다비 일가(一家)의 첫 한국 방문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그가 생산한 컨티뉴엄 와인을 나라식품이 한국에 출시하는 데 맞춘 행사다. 사실 몬다비 씨가 운영하는 컨티뉴엄 와이너리는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와는 지분 관계가 없다.

로버트 몬다비 씨가 설립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는 2004년 컨스털레이션사(社)에 매각됐다. 팀 몬다비 씨의 형인 마이클 몬다비 씨는 폴리오 와인 컴퍼니를 소유하고 있고 로버트 몬다비 씨의 동생인 피터 몬다비 씨는 찰스 크루그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팀은 여동생 마샤 씨와 함께 컨티뉴엄 브랜드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처럼 ‘분열’ 양상을 보이는 몬다비 가문이지만 여전히 최고의 미국 와인 명문가로 꼽히는 집안이다.

캘리포니아를 직접 방문해 와인을 맛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레드캡투어의 와이너리 투어 상품은 내파 밸리와 소노마 밸리 같은 캘리포니아의 유명 와인 산지의 와이너리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관문인 샌프란시스코 관광 일정도 포함돼 있다. 북부 캘리포니아 지역의 ‘총체적 경험’이라는 것이 캘리포니아 관광청의 설명이다. ‘캘리포니아 스파클링 와인의 원조’로 꼽히는 글로리아 페레 와이너리부터 내파 밸리 와이너리에서 가장 유명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까지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02-2001-4754

다음 달 17일 출발하는 와인나라의 와이너리 투어는 와인나라아카데미에서 기획하는 이벤트다. 캘리포니아의 대표 와인으로 평가받는 오퍼스 원의 생산지인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와 소노마의 켄들 잭슨 센터, 샌타바버라의 바이런 와이너리 등을 방문한다. 02-598-9870


#3 피노 누아, 샤르도네 그리고…

“이곳이 피노를 기르기 좋은 이유는 밤에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포도송이를 알맞게 식히기 때문이지. 피노는 껍질이 아주 얇은 포도라서 햇볕이나 습기가 지속되는 것은 좋아하지 않거든. 아주 민감하다고.”(영화 ‘사이드웨이’ 중)

“내가 지금까지 맛본 것 중 가장 좋은 샤르도네야.”(영화 ‘와인미라클’ 중)

캘리포니아의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 와인은 영화를 통해 더 유명해졌다. ‘사이드웨이’(2004년)는 캘리포니아의 피노 누아를 띄우는 데 한몫한 영화다. 주인공 마일즈의 ‘피노 예찬’이 절묘하다. “피노는 카베르네처럼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생존자가 아니야. 피노는 항상 돌봐주고 관심을 주어야 한다고. 인내심이 있는 농부만이 피노를 기를 수 있어….”

와인나라아카데미 김새길 부원장은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포도 품종이라면 피노 누아와 시라를 꼽을 수 있다”며 “특히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 지역 남부에서 재배되는 피노 누아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그것과는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이 추천하는 피노 누아 와인은 바이런 산타마리아.

롯데주류는 내파 밸리의 퀴베종 피노 누아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큰 가격 부담 없이 즐길 만한 캘리포니아 피노 누아 와인 브랜드인 미라수가 수석무역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신동와인은 오퍼스 원을 비롯한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의 와인을 수입하고 있다. 이종훈 신동와인 대표는 “가을에는 피노 누아와 브람스”라는 표현을 인용하며 로버트 몬다비 프라이빗 실렉션 피노 누아를 언급했다.
그의 와이너리 앞에 선 캘리포니아 와인의 ‘명장’ 로버트 몬다비 씨.
그의 와이너리 앞에 선 캘리포니아 와인의 ‘명장’ 로버트 몬다비 씨.

캘리포니아 와인을 유명하게 만든 또 하나의 영화는 1976년 ‘파리의 심판(프랑스 와인과 캘리포니아 와인의 블라인드 테이스트)’을 다룬 ‘와인미라클’(2008년)이다. 이 콘테스트에서 샤토 몬텔레나의 샤르도네가 우승하면서 일약 캘리포니아 샤르도네의 명성이 올라갔다. 샤토 몬텔레나의 와인은 나라식품에서 수입하고 있다. 와인칼럼니스트 김혜주 씨가 추천하는 캘리포니아 와인도 콩스가드 와이너리의 샤르도네다.

물론 캘리포니아에서는 다른 품종으로도 수준 높은 와인이 생산된다. 김영심 아영FBC 마케팅본부장은 가을에 어울리는 캘리포니아 와인으로 침니 록 카베르네 소비뇽을 꼽았다. 카베르네 소비뇽과 메를로가 섞인 이 와인은 와인 평론지인 ‘와인 스펙테이터’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와인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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