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이 된 동지’ 루이 9단 괘씸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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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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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11월 광저우 亞게임에 中대표로 출전 결정

《중국 출신으로 한국기원 소속기사인 루이나이웨이 9단이 9월 열릴 예정인 충룽산빙성(穹륭,山兵聖)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 한국기원 대표로 참가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바둑계에선 루이 9단이 11월 열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중국 여성대표로 출전하기로 한 데 대한 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 랭킹 1위 자동출전 자격 박탈

충룽산빙성배는 중국이 주최하는 여자 국제기전으로 한국 몫의 참가 기사는 3명이다. 한국기원 규정에 따르면 랭킹 1, 2위는 자동 출전권을 받고 나머지 한 명은 선발전을 거쳐 뽑는다. 하지만 랭킹 1위인 루이 9단은 자동 출전권을 받지 못한 반면에 랭킹 2위인 박지은 9단은 받았다. 나머지 두 명은 지난달 30일 국내 선발전에서 승리한 김혜민 6단과 이슬아 초단으로 확정됐다.

한국기원은 당초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기사를 배려하겠다”며 랭킹 대신 선발전 위주로 뽑겠다고 했으나 박 9단 역시 아시아경기 대표선수가 아님에도 자동 출전권을 받았다. 루이 9단은 선발전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당시 열린 한국기원 임원회의에선 루이 9단의 세계대회 출전 배제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일부 임원은 루이 9단의 신분을 소속기사에서 객원기사로 돌리면 출전권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객원기사는 입단대회를 통하지 않고 한국기원에서 활동하는 전문기사를 일컫는 말. 루이 9단도 처음 한국에 올 때는 객원기사였으나 2000년 국수전 우승 등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자 소속기사로 변경했다.

하지만 객원기사 규정 개정은 9월 말 한국기원 상임이사회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따라서 당시 시점에서 루이 9단이 소속기사인 만큼 규정대로 출전권을 주는 것이 맞는다는 지적이 있다. 24일 충룽산빙성배 주최 측이 루이 9단을 와일드카드로 선발해 대회에 참가하도록 했지만 정상적 과정을 밟지 못했다는 뒷맛이 남았다.

한국기원, 세계대회 참가 불허… 보복성 조치 논란
주최측 중국 와일드카드로 초청해 대회 참가시켜

○ 중국대표 출전에 괘씸죄?

루이나이웨이 9단이 11월 아시아경기에서 중국 대표로 출전하기로 하자 바둑계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선 배은망덕한 행위라고 비난하는 반면 국적에 따라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루이나이웨이 9단이 11월 아시아경기에서 중국 대표로 출전하기로 하자 바둑계에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선 배은망덕한 행위라고 비난하는 반면 국적에 따라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루이 9단이 충룽산빙성배 출전에서 배제된 것은 아시아경기에 중국대표로 출전하는 것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시각이 많다.

루이 9단은 1989년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을 떠나 미국 일본을 전전하다 1990년대 말 한국기원이 받아주면서 기사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일부에선 루이 9단이 10년간 한국 바둑의 은혜를 입었는데 이제 와서 중국대표로 출전하는 것은 배은망덕이라는 시각이 있다. 특히 한국 선수에 대한 장단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루이 9단이 중국대표팀에 있으면 한국의 금메달 전선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루이 9단의 존재가 한국 여성기사 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킨 공로 또한 적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루이 9단의 중국대표 출전이 불편하긴 하지만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얘기다.

한 기사는 “만약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추신수 선수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한국대표로 출전하는 것에 대해 미국 측이 비난한다면 과연 우리 국민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일본 1인자인 장쉬 9단도 대만대표로 출전하는 것을 볼 때 루이 9단이 중국대표로 출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상열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루이 9단을 배제한 것은 아시아경기 전초전 격인 충룽산빙성배에서 더 많은 한국 선수에게 경험을 쌓게 하자는 취지”라며 “결정 과정에 아무 하자가 없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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