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노출, 꽉 끼는 속옷, 급격한 실내외 온도차, 물놀이 등으로 여성 질환 발생률 높아…기초 체온 유지하고 자궁 따뜻하게 해야
《무더운 여름, 외출할 땐 핫팬츠나 미니스커트를 주로 입는다. 실내에선 에어컨 바람으로 열을 식힌다. 얼음이 가득 담긴 찬 음료로 갈증을 해소한다. 여름휴가는 바다나 수영장으로 떠난다. 주말이면 사우나에 가서 땀을 흠뻑 내고 찬물로 샤워한다.》
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여성들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선택을 반복하면 여름철 감기, 냉방병, 수족냉증 등으로 고생할 수 있다. 인체는 기온이 올라가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피부 표면으로 열을 발산한다. 이때 몸의 내부는 상대적으로 차가워진다. 겉은 덥고 속은 냉(冷)한 현상이 생기는 것.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 면역력이 낮아지고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성이라면 여름철 ‘자궁’ 건강을 살펴야 한다.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 위해 자주 짧은 하의를 입는다거나 찬 음식을 먹고 냉방을 과하게 하다 보면 체온이 급격하게 변하고 자궁은 차가워진다. 각종 자궁, 생리 질환, 질염 등 질환이 여름철에 자주 발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성 질환 전문 청담여성한의원 맹유숙 원장의 도움으로 여름철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여성 질환과 예방 및 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
○여름 휴가철, ‘질염’ 주의보
고온다습한 날씨에 스키니진이나 레깅스처럼 몸을 꽉 조이는 옷을 입고 외출을 하거나 물놀이를 즐기는 여성이 많다. 그런데 다른 때와 비교해 유독 질에 분비물이 많다면? 질염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분비물 색이 미백색이 아닌 짙은 노란색을 띄거나 외음부가 가렵다면 질염일 가능성이 높다. 분비물에 점성이 없고 물처럼 흐르면서 악취가 날 경우에도 질염일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맹유숙 원장은 “여름철은 습하고 탁한 열기인 습열(濕熱)이 많이 발생해 세균이 증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면서 “이럴 때 꽉 끼는 보정속옷이나 바지를 자주 입으면 땀이 나도 통풍이 되지 않아 세균 번식이 활성화돼 염증이 쉽게 유발된다”고 설명했다.
생리 중이나 생리 끝엔 더욱 주의해야 한다. 통풍이 잘 안 되고 외음부 주변에 습기가 많기 때문이다. 휴가철 물놀이 도중 물속에 떠다니는 세균이 체내로 들어와 염증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맹 원장은 “질염은 특히 여름철에 기력이 소모되고 면역력이 떨어지면 더 쉽게 발생한다”면서 “질염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선 자궁의 어혈(瘀血)을 풀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면역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핫팬츠+과도한 냉방…자궁질환으로 이어진다
여름철 유독 생리통이 심해졌다거나 생리불순이 생겼다면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자주 입지 않았는지 점검해야 한다. 날이 더워질수록 실내 냉방을 과하게 하는데 이것도 자궁 건강을 해치는 요소다. 여성의 허벅지와 종아리에는 자궁과 난소 등 여성생식기와 연결된 혈관이 지나간다. 이 부위가 지나치게 노출되거나 과한 냉방으로 차가워지면 생리통과 생리불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맹 원장은 “따뜻해야 할 자궁이 차가워지면 자궁 혈관이 수축되고 경직되며, 두꺼워야 할 자궁내막이 얇아져 생리통이 생길 수 있다”면서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자궁의 혈액이 부족해지거나 충분해도 혈이 외부로 나오지 못하는 생리불순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은 무더운 여름에도 몸은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평소 생리통, 생리불순이 있다면 노출이 심한 의상은 피해야 한다. 실내외 온도차를 줄여 기초 체온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맹 원장은 “휴가철 물놀이를 위해 생리를 늦추려고 피임약을 복용한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생리불순이 생길 수 있다”면서 “약 복용을 중단하고도 두 달 이상 생리주기가 불규칙하면 의료진의 진단을 받고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궁의 경고 신호 무시하면 불임 고통 받을 수 있어
여성의 3분의 2는 평생 한 번 이상의 질염을 경험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생리통을 겪는 여성은 전체의 약 60%, 생리주기가 규칙적인 여성 중에서도 약 20%는 생리불순을 경험한다. 맹 원장은 “흔한 증상이라고 해서 가볍게 여기고 방치하면 심각한 여성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서 “생리 혈의 양이나 생리주기의 규칙성은 여성의 건강 정도를 판단할 수 있는 척도”라고 말했다.
질염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골반염, 자궁내막염 등의 증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생리통이나 생리불순은 자궁내막증식증, 자궁근종, 난소난종 등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맹 원장은 “이런 질환은 임신을 어렵게 하고 불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여성에게 자궁은 매우 중요한 기관인 만큼 작은 신호도 무시하지 말고 자궁과 질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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