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isure]‘힘들었지…’ 토닥여주는 나무그늘 아래로 우리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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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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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2와 함께 하는 신나는 캠핑

캠핑 온 사람들은 금세 이웃이 된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둘러앉아 저녁을 같이 먹는다. 저마다 간단하게 장만해온 음식들을 꺼내놓고 웃음꽃을 피운다. 세상 사는 이야기, 월드컵 축구 이야기, 아이들 교육 이야기, 부모님 건강 이야기 등 화제는 끝이 없다. 이렇게 서로 웃고 떠들다 보면, 한 주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스르르 사라진다. 그렇다. 사람 사는 게 뭐 별건가.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6월11일 춘천 중도유원지캠핑장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캠핑족들. 춘천 중도캠핑장=서영수 전문기자
캠핑 온 사람들은 금세 이웃이 된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둘러앉아 저녁을 같이 먹는다. 저마다 간단하게 장만해온 음식들을 꺼내놓고 웃음꽃을 피운다. 세상 사는 이야기, 월드컵 축구 이야기, 아이들 교육 이야기, 부모님 건강 이야기 등 화제는 끝이 없다. 이렇게 서로 웃고 떠들다 보면, 한 주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스르르 사라진다. 그렇다. 사람 사는 게 뭐 별건가. 다른 사람들도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6월11일 춘천 중도유원지캠핑장에서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캠핑족들. 춘천 중도캠핑장=서영수 전문기자
《새순이 푸른 이파리까지 가기 위해
하루에 몇 리를 가는지 보라
사과나무 꽃봉오리가 사과 꽃으로
몸 바꾸기 위해 하루에
얼만큼씩 몸을 움직이는지 보라
속도가 속도의 논리로만 달려가는 세상에
꽃의 속도로 걸어가는 이 있다.
온몸의 혀로 대지를 천천히 핥으며
촉수를 뻗어 꽉 찬 허공 만지며
햇빛과 구름 모두 몸에 안고 가는 이
우리도 그처럼 카르마의 집 한 채 지고
아침마다 문을 나선다.
<도종환의 ‘달팽이’에서>》캠핑은 어쩌다 하루쯤 달팽이처럼 사는 것이다. 등에 집 한 채 짊어지고, 숲 속에서 노니는 것이다. 느릿느릿 이슬에 바지자락 적시며 걷는다. ‘꽃의 속도’로 어슬렁거린다. 텐트는 ‘하루살이 집’이다. 침낭과 매트는 나그네의 ‘등 봇짐 이부자리’다. 버너와 코펠은 찢어지게 가난한 집의 부엌살림이다. 토정 이지함(1517∼1578)의 ‘쇠 갓’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는 배고플 땐 쇠 갓으로 솥을 삼아 밥을 지어 먹고, 배부르면 다시 그 쇠 갓을 머리에 쓰고 전국을 쏘다녔다. 토정에게 그늘 막(타프), 테이블, 의자, 랜턴 등은 사치였다. 그런 것 하나 없어도 그의 떠돌이 삶은 전혀 문제 될 게 없었다.

캠핑은 밖에서 입고, 먹고, 자는 것을 모두 해결한다. 최소한의 의식주만 필요하다. 바리바리 싸가지고 다니다간 허리 부러지기 십상이다. 달팽이의 집이 아무리 커봤자 달팽이 몸 정도이다. 비우고 또 비워야 캠핑을 할 수 있다. 신선처럼 ‘이슬만 먹고 구름 똥 누며 산다는’ 생각이 바로 캠핑정신이다. 그때그때 빌어먹는 탁발승의 마음가짐이나 같다. 탁발승에겐 ‘오직 지금’ 한 순간만 있을 뿐이다.

캠핑장비는 필요한 것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사는 게 좋다. 한꺼번에 다 살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외국산 고가장비를 구입하는 것도 난센스다. 비싼 것 사기로 하면 1000만 원이 훌쩍 넘어가고, 금세 2000만 원이 된다. 3인용 텐트 하나에 10만 원에서 100만 원 짜리까지 천차만별이다. 여름 한 철만 캠핑할 경우엔 많은 장비가 필요 없다. 휴양림만 찾아서 데크 위에서 캠핑할 경우도 마찬가지. 인터넷 캠핑블로그나 카페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오토캠핑’ ‘캠핑’ 등을 검색하면 수많은 블로그와 카페글이 뜬다. 초보자라면 100만 원 안팎에서 기본 장비를 구입한 뒤, 필요에 따라 하나둘씩 보충하는 방식이 좋다. 가령 ‘코펠은 집에서 쓰던 쭈그러진 양은냄비를 가져가 쓴다’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월드컵 축구 캠핑 응원.
월드컵 축구 캠핑 응원.
텐트는 ‘움직이는 집’이다. 쉽게 치고, 쉽게 걷을 수 있는 게 으뜸이다. 아무리 좋은 텐트라도 설치하는 데 한나절씩 걸린다면 무슨 소용일까. 요즘 텐트는 품질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 적어도 물이 새지는 않는다. 디자인, 편리성, 가격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름에는 작은 돔형(20만 원대)이나 자동텐트가 좋다. 리빙셸 텐트(50만∼60만 원)는 부담이 가지만 가족캠핑에 적합하다.

침낭은 파묻혀 자는 머미형과 이불 모양의 사각형이 있다. 머미형이 따뜻하지만 다용도 사용엔 사각형이 낫다. 매트리스는 발포매트, 에어박스, 침대형 매트리스가 있다. 요즘엔 방수기능 좋은 발포매트가 인기다. 그늘 막(타프)은 그늘면적이 넓은 직사각형의 렉타와 바람에 강한 육각형의 헥사가 있다. 이 밖에 키친테이블, 다용도건조대, 설거지통, 랜턴 걸이대, 물주머니, 해먹(그물침대) 등 장만하기로 하면 끝이 없다.

장비가 없어도 캠핑을 할 수 있다. 여름 성수기(7월 중순∼8월 중순) 텐트 매트리스 등을 빌려주는 캠핑장도 있다. 설악산 설악동야영장(033-636-7700)이 그렇다.

아예 캐러밴이나 모빌 홈을 이용할 수도 있다. 캐러밴은 세워진 캠핑카다. 침대와 주방시설 화장실 등을 모두 갖췄다. 움직이는 통나무집 캐빈 하우스도 있다. 캐러밴 이용료 하루 5만∼10만 원, 캐빈하우스 6만∼15만 원.

도심에 있는 서울월드컵공원 노을캠핑장(02-300-5571)도 가볼 만하다. 노을 캠핑장은 텐트 매트리스도 빌려주고,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화로터까지 있다. 하지만 밤새 주변이 시끄럽다. 그늘막이 없고 주차장에서 언덕꼭대기 캠핑장까지(1.4km) 너무 멀다. 서울난지도캠핑장(02-304-0061∼3), 과천서울랜드 캠핑장(02-500-7870)도 도심에서 가깝다.

강원 춘천 중도유원지 캠핑장을 어슬렁거리는 오리 가족들. 캠핑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물들의 소박한 어우러짐이다.
강원 춘천 중도유원지 캠핑장을 어슬렁거리는 오리 가족들. 캠핑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물들의 소박한 어우러짐이다.
아버지는 숲 속에 텐트를 칠 때 비로소 ‘가장 노릇’한다는 느낌이 든다. 아내와 아이들은 묵묵히 집을 짓고 있는 아빠를 본다. 아빠의 근육에 힘줄이 돋는다. 등에 젖은 땀이 비늘로 빛난다. 그렇다. 아버지는 근육을 쓸 때 비로소 ‘착한 아빠’가 된다.

‘이랑을 만들고/흙을 만지며/씨를 뿌릴 때/나는 저절로 착해진다.’ <서정홍의 ‘내가 가장 착해질 때’ 전문>

텐트를 치면 온 숲이 안마당이다. 아이들이 그 마당에서 나비처럼 훨훨 날아다닌다. 강아지도 오랜만에 목줄을 풀고 뛰어다닌다. 생풀냄새가 코를 찌른다. 아하! 내가 살아있구나! 새소리 바람소리가 들린다. 온 살갗의 구멍들이 우우 열린다. 솔바람 소리에 스르르 눈이 감긴다.

인간의 고향은 숲과 들, 바닷가이다. 현대인의 고향은 도시의 메마른 콘크리트 숲이다. 캠핑은 고향의 품 속에서 잠자는 것이다. 오랜만에 늙은 어머니와 밤새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밤하늘의 별을 헤면서 ‘나는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 근원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살았구나!’ 하고 깨치는 것이다. 텐트 하나, 양은솥 하나, 옷가지 하나면 살 수 있는데…. 부끄러움을 배우는 것이다.

‘나 하나 꽃 피어/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결국 풀밭이 온통/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나 하나 물들어/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말하지 말하라/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결국 온 산이 활활/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의 ‘나 하나 꽃 피어’ 전문>

김화성 기자 mars@donga.com
노는 게 아니라 쉬는 것
그래서 힘들수록 떠나죠

■ 캠핑 마니아들이 말하는 ‘캠핑의 이유’



황인구 씨(42·건축업)는 캠핑경력 3년이다. 캠핑 파워 블로그(http://blog.naver.com/myzip)로 이름났다. 여태까지 80여 회쯤 캠핑장을 찾았다. 사업을 하다 보면 가슴이 터질 때가 많다. 그땐 두말없이 짐을 챙겨 집을 나선다. 텐트를 치는 순간 아무 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이 차분해진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을 다잡고 다음 일을 생각한다,

“캠핑장에서 누구든 서로 3번만 만나게 되면 오랜 친구처럼 된다. 하지만 너무 함부로 다가가면 안 된다. 그럴수록 예의를 지키고 아껴둬야 한다. 같은 사람끼리 3번 연속 함께 캠핑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스트레스 받는 경우가 생긴다. 인간관계란 참으로 묘하고 복잡하다. 보통 가족끼리 오붓하게 다니다가, 가끔씩 혼자 가기도 하고, 몇몇이 어울려 가는 게 바람직하다.”

이주호 씨(37·컴퓨터그래픽)도 3년 경력의 강호고수다. 120여 회를 다닌 캠핑 파워블로그(‘마로야 캠핑가자∼’·www.campingnphoto.com)로 책도 준비 중이다. 부인 김지연 씨(36), 한가족인 강아지 ‘마로’와 늘 같이한다. 부부는 토닥토닥 싸우다가도 금요일 캠핑 준비하면서 “헤헤∼” 풀어진다.

“우리에게 캠핑은 생활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부부가 취미를 같이한다는 게 좋다. 캠핑은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쉬러 가는 것이다. 여름 야영장에선 술 먹고, 노래 부르고, 악쓰고, 밤새워 떠드는 사람들이 많다. ‘좀 조용히 해달라’고 말하면 되레 ‘아파트에 있지 왜 나왔느냐’고 큰소리친다. 향락캠핑이 돼선 안 된다. 텐트 사이는 좁다. 서로 영역을 지켜야 한다.”

3년 경력의 김형우 씨(31·회사원·http://blog.naver.com/icecube9988)는 어릴 적 아버지와의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다. 아버지는 툭하면 어린 그를 데리고 산속에서 캠핑을 했다. 그런 추억이 그를 캠핑 마니아로 만든 것이다. 10년 전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속을 무척 썩였는데, 이제 아버지와의 캠핑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난 콧속이 차가운 느낌이 좋다. 집에서도 베란다에서 잘 정도이다. 안방에선 답답해서 못 잔다. 캠핑은 경험이 많고 적고의 차이지, ‘캠핑전문’이나 ‘캠핑고수’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캠핑은 나를 자연 속에 내려놓고,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만은 절대금물이다.”

김승현 씨(31·자영업)는 3년 경력의 만만치 않은 고수. 그는 “집사람이 시골 출신이라서 그런지 야외에서의 캠핑생활을 좋아한다. 같이 밥 해먹고 수다 떨고 그런 게 그냥 즐겁다.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는데, 가끔 이렇게 밖에 나와, 오붓하게 우리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 참고할 만한 인터넷 사이트

▽오토캠핑(www.autocamping.co.kr)
▽네이버카페 초보캠핑(cafe.naver.com/
campingfirst) ▽네이버카페 순수동호인모임 캠핑기글스(cafe.naver.com/campingcamp) ▽다음카페
캠핑하는 사람들(cafe.daum.net/campingpeople)

■ 캠핑 하나 둘 셋

―쉿, 조용히! 이른 새벽 어린아이 떠드는 소리, 늦은 밤 어른들 화투, MP3, DMB, 영화 소리 등
―음식물 분리수거 집에서처럼 철저하게
―그늘막(타프) 면적은 다른 사람 배려 최소화
―불꽃놀이 금지, 모닥불은 화로대 위에서만
―애완동물 목줄 꼭 채울 것!
―설거지 땐 음식물 꼭 비운 뒤 할 것(구멍 막힘)
―장비가 많을수록 몸이 빨리 지친다
―음식물 바리바리 싸오지 말고 작은 것들은 캠핑장 마트 이용하라
―캠핑장 이웃사촌 한번 사귀면 웬만한 친척보다 낫다
―캠핑장 오갈 때 주변 맛집도 한 번쯤 들러봐라
―가족, 이웃과의 이야기꽃은 비타민보다 낫다
―지역박물관, 기념관과 지역축제도 눈요기하라
도움말: 최강한방 블로그 김형우 씨(http://blog.naver.com/icecube9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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