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19>君子는 信而後에 勞其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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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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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子張’의 제10장에서 子夏는 위정자들이 주의할 점을 지적했는데 무엇보다도 백성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자에 따르면 信이란 誠意(성의)가 懇曲(간곡)하여 남들이 믿어줌이다. 최근 신조어인 眞情性(진정성)이 이에 해당한다. 眞情性이란 말은 일본어 眞正性이란 말의 짜임에서 유추되어 나온 듯하다. 眞正性은 정당한 인물이 기록하고 확인한 정보에 대해 제3자가 보더라도 작성의 책임 소재가 명확함을 가리킨다.

勞는 백성을 동원하고 부리는 것이다. 근대 이전의 위정자는 백성을 동원해서 길을 수리하고 다리를 놓고 성을 쌓으며 전쟁에 내몰고는 했다. 그런 전제권력하에서도 백성의 신뢰가 가장 중요했으니 현대의 정국 운영에서 국민이나 시민의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未信은 피동의 구문이다. 한문 어법에서는 능동과 피동이 거의 구분되지 않는다. 以爲는 ‘∼라고 여긴다’로 주어를 생략했다. (려,여)己는 자기를 虐待(학대)한다는 말이다.

속담에 ‘作舍道傍(작사도방)에 三年不成(삼년불성)’이란 말이 있다. 길가에 집을 지으면서 행인에게 물어보면 의견이 모두 달라 결정을 내릴 수 없듯이 정책 결정에서도 주장이 많아서 얼른 결론을 내지 못함을 말한다. ‘시경’ ‘小雅(소아) 小旻(소민)’의 ‘집을 지으면서 행인에게 묻는 것과 같으니, 이 때문에 완성을 보지 못하도다(如彼築室于道謀, 是用不潰于成)’에서 나왔다. 위정자가 정책을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개 조언자가 많기 때문이 아니라 백성의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신뢰는 어떤 정책보다 우선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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