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뉴욕판 첫 발행 도전장
NYT “구독자 우위” 홍보전
‘온라인 경쟁력’서 승부 날듯
지금 미국 뉴욕 신문시장에선 결투가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싸움이다. 이들의 대결은 단순한 종이신문의 경쟁이 아니다. 누가 디지털 세계를 먼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다. 전문가들은 NYT-WSJ 싸움을 ‘디지털 뉴스 시대의 첫 번째 위대한 전쟁’이라고 부르고 있다.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WSJ는 지난달 26일부터 ‘뉴욕판(Greater New York)’을 발행하며 뉴욕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뉴욕판은 별지 형식으로 월∼금요일 매일 14쪽씩 컬러로 발행된다.
WSJ는 뉴욕 시장에 파고들기 위해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광고를 판매하고 있다. NYT의 광고주를 유인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자매지인 뉴욕포스트와 묶어서 광고를 구매하는 광고주에게는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해 주고 있다.
WSJ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이다. 하루 평균 판매 부수가 210만 부로 NYT의 95만 부보다 월등히 많다. 지난해 미국 신문 판매 부수가 8.7% 감소했지만 WSJ는 0.5% 상승했다. 모기업 뉴스코프도 잘 나간다. 폭스스튜디오가 만든 영화 ‘아바타’의 대성공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현재 시장가치가 420억 달러에 이른다. 반면 NYT의 시가총액은 17억 달러에 불과하다. WSJ의 파격적인 광고판매 전략은 든든한 자본력이 받쳐주기에 가능하다.
NYT는 맞대응 전략을 피하고 있다. NYT는 광고판매 가격을 낮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대신 뉴욕 시장에서 신문 구독자와 웹사이트 접속자가 WSJ보다 많다는 것을 객관적 수치를 동원해 보여주는 광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수(Numbers)’라는 제목의 이 캠페인에 따르면 NYT는 뉴욕 시장에서 WSJ보다 구독자가 70% 이상 많다. 특히 구매력이 큰 여성 독자 비율이 62%로 남녀 독자가 엇비슷한 WSJ보다 높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누가 승리할지는 점치기 힘들다. 뉴욕의 광고주들에게 WSJ의 광고할인이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NYT가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도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의 대결이 단순히 뉴욕 시장을 둘러싼 종이신문의 경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정보통신잡지 와이어드는 최근 분석기사를 통해 “NYT-WSJ의 뉴욕 전쟁은 결국 디지털 전쟁이다”라고 밝혔다.
직장인과 젊은층 인구가 많은 뉴욕은 미국에서 인터넷, 스마트폰, 아이패드 이용률이 가장 높은 도시다. 모바일 미디어를 이용해 뉴스를 검색하는 독자 비율도 높다. 두 신문의 경쟁은 디지털기기 사용자에게 얼마나 편리한 콘텐츠 환경을 제공하고 정교한 요금 부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냐의 싸움이다.
WSJ는 디지털 경쟁력이 NYT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WSJ는 2007년 온라인 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스마트폰용 콘텐츠도 돈을 받고 있다. NYT는 내년에야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뉴미디어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요즘 뉴욕 신문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두 신문의 경쟁은 결국 어느 쪽이 더 치밀한 디지털 전략을 세우느냐에 따라 승부가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