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95>楚狂接輿歌而過孔子曰, 鳳兮鳳兮여 何德之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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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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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微子’의 제5장이다. 接輿는 공자와 같은 시대인 초나라 昭王(소왕) 때 혼란한 정치현실을 보고 거짓으로 미친 척하고 벼슬에 나가지 않았다. 이름이 陸通(육통)이었다고도 한다. 공자와 접여의 이야기는 ‘장자’에도 나온다. 어느 쪽이 원형인지는 알 수 없다.

過孔子는 공자가 머물던 객사의 문 앞을 지나갔다는 말이다. 鳳은 봉황의 수컷이고, 암컷은 凰(황)이다. 접여는 공자를 鳳에 비유하여, 공자가 덕이 쇠하여서 은둔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兮는 감탄의 뜻을 나타내는 어조사다. 往者는 過去, 來者는 將來다. 不可諫은 간하여 말릴 수 없다, 탓할 수 없다는 뜻이다. 可追는 뒤쫓을 수 있다, 고칠 수 있다는 뜻이다. 已而의 已는 止와 같고, 而는 어조사다. 殆而의 而도 어조사다. 從政者는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공자는 隱者(은자)의 처지에 공감하면서도 스스로는 당시의 정치현실을 바로잡으려는 뜻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陶淵明(도연명)도 ‘歸去來辭(귀거래사)’에서 ‘이미 지나간 일은 간하여 말릴 수 없음을 깨달았고, 앞으로의 일은 미칠 수도 있음을 알았네(悟已往之不諫 知來者之可追)’라고 했다. 옛 지식인은 접여나 도연명의 노래를 되새기면서 혼탁한 정치판에는 다시 나가지 않겠고 다짐하고는 했다. 退行的이라고 비판할 수만은 없을 듯도 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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