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능률과 우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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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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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9단 ● 홍기표 4단
결승 5번기 1국 4보(66∼79) 덤 6집 반 각 3시간

바둑은 기본적으로 돌의 능률을 극대화하는 게임이다. 서로 한 수씩 번갈아 두기 때문에 내가 둔 수가 상대의 수보다 효율적이어야 앞서갈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능률을 추구하다 보면 허점을 낳는다. 어떤 경우엔 얄팍한 능률보단 우직함을 택하는 것이 효율적일 때가 있다. 과거의 이창호 9단에겐 이를 꿰뚫어 보는 혜안이 있었다. 특히 종반이 강했던 이 9단은 미세한 우세를 지킬 능력이 있었기에 우세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우직하게 참는 수를 많이 뒀다.

하지만 종반 운영 능력이 많이 떨어지면서 중반전에 더 차이를 벌리기 위해 백 ○와 같이 능률적인 수를 찾는다. 이 바둑에선 그게 화근이 됐다. 이 9단은 66의 자리에 끼우는 수를 보며 백 ○로 귀를 효율적으로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흑이 즉각 귀로 뛰어들자 곤란해졌다. 백이 효율을 따지기 전에 꾹 참고 귀를 지켰으면 우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이 9단은 백 66으로 끼웠지만 흑이 67, 69로 백의 내부를 헤집고 들어가자 수가 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나마 백 70이 최선. 참고도처럼 두면 실전보다 못하다.

결국 흑은 77까지 백 한 점을 따내고 백은 귀의 흑을 잡는 선에서 타협했다. 이 결과는 백의 대실패. 귀의 흑이 죽긴 했지만 백이 이 돌을 다 놓고 따야 하는 뒷맛이 남아 있다.

이어 흑 79로 중앙 백을 위협하는 수순마저 돌아와 형세는 역전됐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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