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노숙 소녀… 대리모 여대생… 슬픈 인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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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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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들 / 김이설 지음 / 284쪽·1만 원·문학과지성사

200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신인 작가가 경장편 ‘나쁜피’에 이어 내놓은 첫 번째 소설집. 먼저 선보인 장편에서 비정상적인 가족을 둘러싼 갈등과 참혹한 일상의 풍경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며 주목받았던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도 밑바닥 생의 적나라한 현실을 가감 없이 파헤친다. ‘열세살’은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열세 살 소녀가 주인공이다. ‘엄마들’에는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대리모가 되는 여대생이 등장한다. 독자들이 불편하고 낯설어할 만한 묘사도 작가는 거침이 없다.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할머니를 죽인 아버지, 걸핏하면 돈을 뜯어내며 가족들 모두를 괴롭히는 오빠, 삼류 연극배우이자 밤이면 몸을 파는 ‘나’가 등장하는 ‘막’에서 이런 상황들은 절정을 이룬다. 문학평론가 김나영 씨는 해설에서 “그의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하나의 가정(假定)이 있다면 ‘삶은 고통스럽고 그 이유는 나의 삶이 남의 삶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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