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뜨겁고도 강하게 ‘미래’를 연주하다…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

  • Array
  • 입력 2010년 3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기교 ★★★★ 해석 ★★★☆

피아니스트 조성진 군이 5일 서울 모차르트홀 리사이틀에서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하고 있다. 유윤종 기자
피아니스트 조성진 군이 5일 서울 모차르트홀 리사이틀에서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을 연주하고 있다. 유윤종 기자
피아니스트 조성진 군(16)은 지난해 11월 주니어 콩쿠르가 아닌 일반 국제콩쿠르로 처음 도전한 제7회 하마마쓰 국제콩쿠르(일본)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에 앞서 피아니스트 출신인 서울시향 정명훈 예술감독의 눈에 들어 지난해에만 서울시향과 세 차례 협연했다. 다음 세대 피아노계 최대 기대주 중 한 명인 그가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모차르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열었다. 슈만 ‘환상소곡집’ 작품 12, 베토벤 소나타 ‘열정’,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현대곡인 니시무라 ‘피아노를 위한 백일몽’ 등 만만치 않은 무게를 담은 작품들로 프로그램을 꽉 채웠다.

‘열정’ 소나타와 ‘전람회의 그림’ 등 연주회의 중심을 이룬 두 곡에서 그는 강주(强奏)의 뜨거움 쪽에 콘트라스트를 맞춰 강인한 타건을 자랑했다. ‘전람회의 그림’ 중 ‘우마차(Bydlo)’는 마차가 눈앞에 있는 듯한 강주로 시작했고 마무리 부분에서도 최약주에 다가가지 않았다. 경묘한 터치의 ‘껍질 붙은 병아리 춤’이나 회화적인 니시무라의 곡에서도 시종 일정한 볼륨을 유지해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

전반적으로 나이답지 않은 꿋꿋하고 강건한 이미지로 전체 연주를 끌어갔지만 악곡 해석에 있어서는 세부까지 정련되지 않은 면도 귀에 들어왔다. ‘열정’ 소나타 첫 악장은 휘몰아치는 듯한 제1주제에 뒤따르는 온화한 제2주제로의 전개가 다소 조급하게 이어졌다. 베토벤 특유의 질풍노도를 표현한 3악장에서는 왼손과 오른손의 대화가 정교했고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압도감을 느끼게 했지만 사소한 미스터치가 귀에 걸리기도 했다.

순수 국내파 연주가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는 이 피아니스트는 이날 연주회에서 기대 이상의 역량을 과시했다. 아직 어리다 할 그의 나이와 치열함은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약속하고 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