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값만 껑충… 킨들-아이패드 전자책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17일 03시 00분


출판사 확보하려 경쟁적으로 올려… NYT “소비자 등 돌릴 우려”

인터넷서점 아마존이 ‘킨들’을 앞세워 장악하고 있는 미국의 전자책시장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애플이 태블릿 PC ‘아이패드’를 내놓으며 전자책시장 진입을 선언한 데 이어 인터넷의 강자 구글도 전자책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경쟁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게다가 애플과 구글이 아마존에 비해 유리한 판매조건을 출판사에 제시하면서 아마존에 끌려 다니던 출판사들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대형 출판사 맥밀런과 아마존 사이에 최근 벌어졌던 분쟁은 이런 국면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맥밀런은 대부분의 전자책을 9.99달러에 판매하는 아마존에 반기를 들고 최근 책값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애플과 구글이 전자책 사업에 진출하면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아마존은 온라인서점에서 맥밀런의 책을 모두 치워버렸지만 힘겨루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아마존은 지난주 맥밀런의 요구를 받아들여 3월부터 맥밀런의 전자책을 12.99∼14.99달러에 팔기로 했다.

맥밀런의 승리는 애플 덕분이다. 맥밀런과 아마존의 분쟁이 벌어지기 전 애플은 대형 출판사 5곳과 아이패드용 전자책 계약을 하면서 전자책을 12.99∼14.99달러에 팔기로 합의했다. 애플은 출판사에 돌아가는 몫도 아마존보다 많은 매출의 70%로 정했다. 이 결정은 구글에도 영향을 미쳤다. 구글은 전자책 판매 서비스 ‘구글 에디션’을 준비해오면서 매출의 63%를 출판사 몫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애플의 계약조건이 알려지면서 구글도 70%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콘텐츠 확보 경쟁으로 인해 전자책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뉴욕타임스는 가격 인상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저렴한 가격에 전자책을 구입하던 소비자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아마존이 전자책 가격을 올리거나 종이책에 비해 한참 늦게 전자책을 내놓으면 아마존 사이트에 해당 작품에 대해 악평을 남기는 것으로 대응하는 전자책 독자가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전자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은 자사의 강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아이패드는 컬러화면인 데다 컴퓨터로도 사용할 수 있고 애플의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구글은 킨들, 아이패드처럼 정해진 단말기가 아니라 휴대전화를 비롯해 소비자가 각자 갖고 있는 단말기로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아마존은 아이패드의 장점이 터치 기능임을 감안해 최근 터치스크린 기술업체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의 강화에 나섰다. 영국 고전문학의 전자책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으며 우수 고객에게는 킨들을 공짜로 주는 전략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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