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닷컴 신간소개] 네 마음껏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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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12일 15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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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혁명의 중심에서 생과 사를 오가며 온몸으로 치열하게 살아갔던 이탈리아의 한 저널리스트가 인생의 종반부에서 혁명을 부정한다. 그동안 자신이 쫒고 모든 혁명가들이 주장하던 ‘새로운 인간 만들기’에 회의를 품은 그의 주장은 결국 ‘인간 내면의 변화’.

“지금 내가 옹호하는 혁명은 딱 하나뿐이다. 자기 내면을 변화시키는 혁명.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고 인간이 질적 도약을 이루지 못하면, 물질에 대한 지배를 계속 추구하고 이윤과 사리사욕을 포기하지 않으면 모든 게 영원히 반복될 뿐이다.”

20세기 가난한 변두리 마을에서 태어난 테르짜니는 영특했지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하고 방황한다. 결국 당시 젊은이들의 명제였던 ‘사회의 변혁’에 동참하기로 하고 독일 <슈피켈>의 아시아 특파원으로 베트남 전쟁, 캄보디아 내전, 중국의 문화혁명 등 현장을 누빈다.

그러나 혁명을 거치고도 여전히 가난한 민중, 권력을 장악하고 점점 권위적으로 변해가는 공산당, 혁명정부의 포로들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 등을 직접 겪으면서 큰 충격을 받는다.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으로부터 벗어나 희망의 불씨를 찾기 위해 인도와 티베트로 떠난다. 히말라야에서 혹독한 수련을 통해 결국 깨달음을 얻는 테르짜니.

“우리의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드는 것은 서로에 대한 증오심으로 점철된 ‘시끄러운 혁명’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내면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고요한 혁명’이다.”

암 선고를 받고 죽음을 앞둔 테르짜니는 아들 폴코에게 ‘보고싶다’는 편지를 띄운다.
이탈리아의 어느 산골마을 집 앞 단풍나무 그늘 아래서 테르짜니는 아들을 앉혀놓고 그동안 겪은 일들과 깨달음에 대해 차분히 얘기한다.

아버지의 얘기를 다 들은 폴코는 마지막을 묻는다.
“그럼, 아버지는 제가 어떻게 살길 바라세요?”
“나는, 네가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 그냥 네 마음껏 살아라!”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아버지 세대가 젊은 아들 세대에게 해 주고 싶은 말들이 그대로 담겨있다.

책은 아버지와 아들의 문답식 대화를 그대로 옮기는 형식으로 꾸며져 잘 읽히고 이해하기 쉽다.

◇네 마음껏 살아라!/ 티찌아노 테르짜니 지음·이광일 옮김/ 1만2000원/ 348쪽/ 들녘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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