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마시고 小說 노래하는 송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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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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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라디오방송 ‘문장의 소리’
작가-독자 번개모임서 문학 교감

문학을 주제로 한 인터넷 문학 라디오방송 ‘문장의 소리’ 송년회. 진행자인 소설가 김중혁 씨(오른쪽)가 사회를 맡았고 시인 김지녀 씨(가운데), 소설가 김미월 씨(왼쪽) 등이 작품을 낭독하며 청취자들과 함께했다. 박선희 기자
문학을 주제로 한 인터넷 문학 라디오방송 ‘문장의 소리’ 송년회. 진행자인 소설가 김중혁 씨(오른쪽)가 사회를 맡았고 시인 김지녀 씨(가운데), 소설가 김미월 씨(왼쪽) 등이 작품을 낭독하며 청취자들과 함께했다. 박선희 기자
“여러분께 바예호의 시 구절 ‘나는 너무 조금밖에 죽지 못했다’를 인용한 시 ‘밤과 나의 리토르넬로’를 낭독해 드리려고 합니다. 오늘 밤 이 즐겁고 재밌는 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오늘이야말로 ‘조금 죽는 날’인 것 같네요.”(김지녀 시인)

밤거리는 얼어붙은 눈길과 영하로 떨어진 혹한으로 황량했다. 하지만 이곳의 열기는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없었다. 28일 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여성노동자회관의 지하 강당은 작은 선물 꾸러미를 든 50여 명의 참석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시인이 낭독하는 시 구절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전남 여수, 대전 등 지방에서 친구들과 함께 온 이들도 있었다. 사는 곳이나 연령대 모두 제각각인 데다 대부분 초면인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문학과 함께하는 색다른 송년회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인터넷 문학 라디오방송 ‘문장의 소리’ 진행자와 스태프가함께 준비한 이 송년회는 이른바 ‘파티의 소리, 행복한 번개여행’. 진행부터 연출까지 모두 문인들로 구성된 이들이 공개방송이 아닌 연말 송년파티를 기획한 것은 처음이다. 여느 온라인 ‘번개’처럼,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에 참석 댓글을 단 독자들을 초대했다. 술과 유흥을 좇는 송년회 대신 문학을 이야기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자는 발상을 실행에 옮겼다.

진행자인 소설가 김중혁 씨, PD인 시인 조연호 씨, ‘만담’ 코너를 진행하는 고정패널 소설가 박상 씨와 소설가 윤이형 조해진 김미월 씨, 시인 김지녀 씨 등 여러 문인들이 참석했다. 대형 문학행사처럼 진행이 매끄럽진 않았으나 초반 어색했던 분위기는 문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사그라졌다. 작가들은 낭독을 하면서 연말을 맞은 느낌이나 새해 계획을 털어놓았다. ‘아무도 펼쳐보지 않은 책’을 낭독한 소설가 김미월 씨는 “내년 초에 장편소설이 나올 예정”이라며 “그 후엔 뭔가를 쓰는 것보다 스스로를 채워 넣어야 할 단계가 아닐까 싶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중혁 씨는 “선배 같은 의젓한 후배”라고 격려했다.

이날 행사는 문학을 매개로 한 작가와 독자의 교류뿐 아니라 공연, 선물교환 등으로 이어졌다. 김민영 씨(21·대학생)는 “연말이라 일이 많지만 작가들이 직접 주최하는 송년행사가 있다고 해 궁금해서 오지 않을 수 없었다”며 “다른 송년파티와 달리 작가, 다른 독자들과 직접 교감하고 문학을 통해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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