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양복 즐기는 여자 - 거들 탐내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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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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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고 터프하고 우악스러운 것과 연약하고 부드럽고 예쁜 것을 각각 남, 여와 연결시키라는 문제가 있다면 쉽게 풀 수 있을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답을 고민할 필요조차 없는 질문이지만 요즘은 상황이 좀 달라졌다. 바야흐로 ‘예쁜男, 강한女’, ‘성(性) 역전’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 초식남-알파걸의 트랜스섹슈얼 패션

○ 엉덩이 올려주는 남성 속옷 ‘드로즈’

예쁜 남자들은 속옷부터 신경 쓴다. 과거 어머니나 아내 혹은 여자 친구가 사주던 속옷을 직접 구매하는 남성 들이 늘어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조사 결과 속옷을 직접 구매하는 남성은 2008년에는 전체 고객 가운데 3%에 불과했지만 2009년에는 8%, 약 13만 명(10월 말 기준)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는 매출 증가로 이어져 2007년 전체 속옷 매출의 8%였던 남성 부문 매출이 2009년에는 18%, 157억 원(10월 말 기준)으로 늘어났다.

남성 속옷 가운데 특히 ‘드로즈’가 인기를 끌었다. 드로즈는 완전히 달라붙는 삼각팬티와 헐렁한 사각팬티(트렁크)의 중간쯤 되는 남성 속옷이다. 드로즈가 ‘뜬’ 이유는 그동안 여성들만 입는 것으로 인식돼 왔던 스키니 바지를 남성들도 즐겨 입기 때문이다. 드로즈는 팬티 자국이 드러나지 않고, 신축성이 좋아 허벅지와 엉덩이를 적당하게 조여 주면서 엉덩이를 올려주는 효과가 있어 스키니 바지를 입을 때 좋다.

남성들이 속옷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뱃살을 감추고 가슴 근육을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남성용 보정속옷(거들)’을 찾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남성용 거들은 몸매 보정은 물론 하복부에 적당한 긴장감을 줘 일하는데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또 몸을 당겨주는 효과가 있어 보폭이 넓어지고 결과적으로 체지방률을 낮추는 다이어트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초식남’(여성적인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남성을 일컫는 말) 열풍을 타고 70만 장의 판매를 보인 남성용 거들 베스트 상품이 국내에서는 ‘크로스워커’라는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도 비비안, 비너스, 와코루 등 3개 브랜드에서 남성용 거들을 판매한다. 2008년에는 매출이 거의 없었으나 올여름부터 판매량이 증가해 7∼10월 롯데백화점 전 점포에서 900여 장의 남성용 거들이 판매됐다. 남성용 거들을 구매하는 사람은 주로 30대 직장인들이었다. 과도한 업무 때문에 몸매를 돌볼 시간은 없는데 비즈니스 캐주얼이나 정장이 계속 슬림화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 남자들도 원하는 깨끗한 피부

깨끗한 피부도 더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피부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이 늘어나면서 남성용 화장품 매출이 크게 신장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미백이나 주름 개선 효과가 있는 기능성 화장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으며, 단품보다는 스킨, 에센스, 로션 세트 판매가 전체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11월 1일∼12월 6일 현재 남성 화장품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0% 이상 신장했다. 주요 브랜드 중 ‘아라미스’가 39.2%, ‘헤라옴므’는 34.3%, ‘비오템옴므’는 31.8% 매출이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1∼11월 남성 화장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대 남성 27%, 30대 남성은 19% 증가했다. 화장품뿐만 아니라 귀걸이 목걸이 등 남성용 액세서리도 20대에서 14%, 30대에서 9% 성장했다. 이 외에도 아름다운 몸매가 ‘꽃미남’의 필수조건이 되면서 남성들도 다이어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이 주로 애용하던 다이어트 식품이나 몸의 지방성분을 분해해 주는 보디슬리밍 제품도 남성들에게 잘 팔리고 있다.

○ 남성정장 브랜드서 여성정장 팔기도

남성들이 ‘예쁜 것, 아름다운 것’에 관심을 갖는 반면, 여성들은 ‘강한 것, 남성적인 것’을 추구한다. 공부 운동 리더십 등 모든 분야에서 남성들을 능가하며 능력과 자신감을 가진 이른바 ‘알파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의 두 여주인공 덕만, 미실 같은 인물이다.

패션업계에서도 이런 여성들을 겨냥해 신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남성 정장 브랜드인 본(BON)과 여성 슈트를 한정판으로 기획해 11월 6일부터 본점, 잠실점, 노원점 등에서 판매하고 있다. 남성 정장 브랜드에서 여성 정장을 직접 기획 판매한 것은 이번이 처음. 상품은 자기표현이 분명한 알파걸의 특성을 감안해 곡선 라인이나 주름 패턴과 같은 여성 의류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파워가 느껴지는 직선적인 라인을 강조했다.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라이더 재킷이 여성 의류의 효자 아이템으로 등극한 것도 ‘성 역전’ 현상을 대변한다. TBJ, 유니클로, 베네통, 오즈세컨, 톰보이 등 캐주얼 브랜드에서 다양한 라이더 재킷을 선보였는데 지난해보다 2배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 어깨에 패드를 넣거나 크리스털 장식을 달아 어깨를 크고 넓어보이게 하는 ‘파워 숄더 재킷’ 역시 많은 여성들의 관심 대상이다. 어깨선이 강조되면서 강한 느낌을 발산한다. 신세계백화점 의류 편집매장인 ‘픽 앤 추즈’에서는 10여 종의 파워 숄더 재킷을 판매 중인데, 비교적 얌전해 보이는 ‘직각 어깨’부터, 마치 마녀처럼 보이는 ‘V자형 숄더 재킷’까지 다양한 제품이 매일 20여 점씩 판매되고 있다.

이 외에도 과거 예쁜 곡선을 강조해 왔던 여성의 구두에 징이나 지퍼 장식을 달아 강렬하면서도 섹시한 이미지를 풍기는 상품들도 잘 팔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미 사회 전반적으로 ‘성 역전’ 분위기가 시작됐고 앞으로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며 “유통업체들이 이런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제품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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