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어머, 자기는 센스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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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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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이벤트 하기 좋은 서울시내 레스토랑

서울 삼성동 코엑스 52층에 있는 레스토랑 ‘마르코폴로’에서 연인들이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레스토랑 측에 미리 얘기하면 깜짝 이벤트도 가능하다. 서영수 전문기자
서울 삼성동 코엑스 52층에 있는 레스토랑 ‘마르코폴로’에서 연인들이 ‘사랑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레스토랑 측에 미리 얘기하면 깜짝 이벤트도 가능하다. 서영수 전문기자
‘연말, 레스토랑’ ‘연인, 레스토랑’ ‘값싸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음식 맛있는 레스토랑’ ‘삼청동 레스토랑’ ‘청담동 레스토랑’…. 이맘때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온갖 검색어를 넣어가며 레스토랑 찾기에 열을 올린다. 연예 고수들의 경험에 근거한 추천도 빼 놓지 않는다. 작년에 갔던 레스토랑은 반드시 제외. 주머니 사정 점검과 교통편 확인도 필수다.

이처럼 괜찮은 레스토랑을 찾아 얼마 남지 않은 2009년을 추억에 남기기 위한 연인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어느 한 레스토랑을 ‘찜’하는 것은 녹록지 않다. 음식이 맛있을 것 같으면 분위기가 떨어져 보이고, 분위기가 좋아 보이면 가격이 비싼 것 같고, 맘에 드는 곳은 교통이 복잡해 보인다.

비단 레스토랑을 정하는 일뿐이랴. 여러 가지 조건을 놓고 다른 사람 얘기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으레 나타나는 현상일 것이다. 미리 가서 경험해 보면 좋겠지만 그렇게까지 하는 것은 분명 ‘오버’다. 이제 올해가 27일 남았다. 더 미루다가는 추억은 둘째 치고 연애 전선에 금이 가기 십상이다. 다른 조건들을 과감히 버리고 나와 내 연인이 처한 상황만 고려해 레스토랑을 선택해 보자.

○ 영화 같은 둘만의 공간을 찾아라

‘레스토랑을 아무리 둘러봐도 손님은 우리뿐’, 재벌가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레스토랑의 모든 테이블을 예약하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서승호 레스토랑’에 가면 가능하다. 다만 레스토랑이 좀 작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이곳에서는 저녁 내내 단 한 커플만을 손님으로 받는다. 주변 장식도 요청하면 바꿀 수 있다. 메뉴가 따로 없으며 예약할 때 손님이 원하는 재료와 조리법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도 특징.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 없이 온갖 ‘닭살 프러포즈’를 할 수 있다. 서승호 셰프가 운영하고 요리도 직접 한다. 커플들을 위해 요리에 대한 설명도 아끼지 않는다. 790-9621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레스토랑 ‘인 뉴욕’은 가게 전체에 테이블이 단 1개뿐이다. 5평 남짓하며 1시간 반 동안 딱 ‘한 커플’만 이용할 수 있다. 요리는 연어요리나 스테이크 등이 있으며 메뉴에 따라 7만, 8만 원이다. 별도로 주문을 하면 꽃이나 케이크 이벤트를 할 수도 있다. 오후 8시∼9시 반이 가장 인기가 좋은 시간이다. 0505-509-5000, blog.naver.com/innewyork627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리틀 라이건’도 레스토랑 내부를 온갖 장식품으로 치장하고, 은은한 촛불 조명으로 테이블을 밝히는 연인을 위한 곳으로 유명하다. 가격은 7만5000∼9만5000원. 테이블이 1개이다 보니 예약할 때 선불금을 내야 한다. cafe.daum.net/littlelygon

○ 프러포즈는 ‘분위기’가 핵심

프러포즈는 가능한 한 높은 곳에서 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사람의 심장박동수가 빨라져 다소 흥분 상태가 되고 자연스럽게 방어의식이 약해져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되기 때문이란다. 이런 의미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52층에 있는 레스토랑 ‘마르코 폴로’는 프러포즈 최적의 장소다. 굳이 속설을 믿지 않아도 강남이 모두 내려다보이는 창가에서라면 사랑 고백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서도 ‘명당’ 자리는 창가 오른쪽 가장 구석에 있는 자리다. 의자가 어깨 위로 올라올 정도로 높아 마치 독립된 공간처럼 느껴지기 때문. 아시아와 지중해의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으며 가격은 다른 곳과 비교해 비싸지 않지만 음식 양이 적은 편이다. 예약을 하면 요리 속에 반지를 넣는 등의 특별 이벤트도 가능하다. 02-559-7620, www.marcopolowtc.com

빙판 위 프러포즈도 이색적이다. 워커힐 호텔에서는 야외 아이스링크 옆 카페테리아에서 일식 도시락과 우동 등 호텔 요리사들이 준비한 15가지 정도의 요리를 1만5000원부터 선보인다. 하지만 연인들의 관심은 요리보다는 아이스링크 이용에 있다. 링크에 입장할 때 키스 포즈를 하는 기념 촬영에 참여하면 여성 고객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또 비용이 더 들긴 하지만 아이스링크 한가운데서 핀 조명이 비춰지고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프러포즈할 수 있는 ‘프러포즈 온 아이스’ 프로그램도 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아이스링크 옆에 마련된 별도의 파티 룸에서 둘만의 시간을 즐길 수도 있다. 평일엔 오후 9시까지, 주말과 휴일엔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02-455-5000

글=김기용 기자 kky@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워커힐 호텔의 야외 아이스링크에 별도로 꾸며진 장소에서 한 남성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프러포즈하고 있다. 연말을 맞아 각종 이벤트를 연출하려는 연인들에게 좋은 레스토랑은 필수. 스크린 시설이 갖춰져 있는 레스토랑부터 오직 두 사람만을 위한 ‘원 테이블 레스토랑’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사진 제공 그랜드쉐라톤워커힐
워커힐 호텔의 야외 아이스링크에 별도로 꾸며진 장소에서 한 남성이 사랑하는 여인에게 프러포즈하고 있다. 연말을 맞아 각종 이벤트를 연출하려는 연인들에게 좋은 레스토랑은 필수. 스크린 시설이 갖춰져 있는 레스토랑부터 오직 두 사람만을 위한 ‘원 테이블 레스토랑’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사진 제공 그랜드쉐라톤워커힐
분위기 좋고 이벤트 통하는 프러포즈의 명소

○ 첫 만남∼1년 이내, 재밌고 활기차고 생기발랄한 곳

만난 지 오래되지 않은 연인이라면 너무 분위기에 연연하는 것보다 재밌는 곳, 특징 있는 곳, 생기발랄한 곳이 좋다. 유럽식 라이프스타일 카페를 내세운 ‘아티제’ 타워팰리스점이 그곳. 계절 샐러드, 스크램블드 에그, 피자, 파스타 등 메뉴도 다양하다. 특히 매장의 인테리어와 소품, 디자인 등이 하나하나 얘깃거리다. 먼저 빨간색 눈 결정 모양으로 장식된 매장 입구의 통유리창이 관심을 끌고 미국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경연미 작가가 그린 크고 작은 일러스트들이 매장 내부의 벽면과 테이블, 냅킨까지 장식하고 있어 연인들을 유쾌하게 만든다. 이곳에서만 만들어 판매하는 테디 베어나 연인의 따뜻한 겨울을 위한 무릎담요 등을 구입할 수도 있다. 02-3498-0010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일명 ‘가로수길’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뚜띠마띠’도 갈 만한 곳이다. 이탈리아 말로 ‘모두가 미쳤다’라는 뜻의 가게 이름부터 이야기 소재. 카페, 레스토랑, 클럽이 합쳐진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맥주나 칵테일 한 잔을 손에 들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춰도 이상할 것이 없다. 물론 우아하게 식사를 즐길 수도 있다. 첫 만남이라면 은은한 조명이 여성을 더욱 예뻐 보이게 하고, 음식의 양이 적어 적당히 내숭 떨기에도 좋다. 02-511-0334



○ 토라진 연인에게 화해를 청할 때는 ‘감동 이벤트’

모두가 들뜬 분위기의 연말이라고 해서 모두 행복한 커플만 있으리란 법은 없다. 사소한 일로 다퉜지만 연말을 맞아 풀고 싶다면 ‘좋은 레스토랑+감동 이벤트’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이블 에이치’는 두 사람만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고 여기에 스크린 시설이 갖춰져 있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이벤트를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정집을 개조해 3개의 커플 공간과 1개의 홀로 구성됐으며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커플이 한 방 하나를 시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는 전문 파티플래너와 플로리스트들이 상주하기 때문에 전화로 미리 문의하면 ‘감동 이벤트’ 연출에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02-558-0017, tableh.co.kr

이벤트에 자신이 없다면 ‘맛’으로 감동을 전해보자. 올해 말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로나’를 방문하면 ‘맛’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네보사’의 수석 주방장인 비토 비안코 씨가 직접 요리를 선보이기 때문. 올해 말까지 초청된 이 요리사는 6개의 메뉴로 구성된 코스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은 7만5000원. 또 구운 토마토와 고트 치즈를 곁들인 카네로니 등 이색 이탈리아 파스타 10가지도 선보일 예정이다. 3400-8000

○ 중년의 부부라면 고즈넉한 데이트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덮인 조그만 교회당.’ 가수 이문세의 애잔한 ‘광화문 연가’를 좋아하는 중년의 부부라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레스토랑도 괜찮을 듯하다.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보면 정동극장 내에 위치한 레스토랑 ‘길들여지기’가 보인다. 어색한 외래어로 된 레스토랑에 드나들기가 쉽지 않은 부부 혹은 연인에게 어울린다. 나무가 우거진 주변이 그대로 보이는 통유리 창가에서 편안히 추억을 만들 수 있으며 날씨가 춥지 않으면 2층 야외 테라스에서 길거리를 내려다보며 음식을 즐길 수도 있다. 02-319-7083, www.giljy.com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는 고풍스러운 한옥 건물에서 정통 프랑스요리를 내 놓는 레스토랑 ‘메종 기와’가 있다. 한옥이 주는 따뜻하고 정감어린 분위기가 프랑스 음식과도 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 레스토랑 한가운데에 위치한 정원과 그 정원을 둘러싼 한옥이 정겹게 느껴진다. 한국계 프랑스인 셰프가 10년 이상 현지에서 수련한 솜씨는 기대 이상이다. 02-737-0955, blog.naver.com/maisonkiwa
○ 남남, 여여 커플은 맛과 재미 그리고 수다

남녀 커플이 아니어서 스스로 괴롭지만 않다면 좋은 동성 친구와 함께 연말을 보낼 만한 레스토랑도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있는 ‘에디스 카페’다. 레스토랑보다 요리사가 100배쯤 더 유명한 ‘에드워드 권’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잘생긴 권 셰프가 만들어주는 최고의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 두바이 7성급 호텔 ‘버즈 알 아랍’의 수석 셰프였던 시절, 수백만 원짜리 요리를 만들었던 그 손으로 만들어 준 음식을 맛보는 것은 색다른 느낌이다. 에드워드 권 때문에 남남 커플은 좀 무리일 듯. 가격은 대부분 1만5000원 선.

남남 커플이라면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레스토랑 ‘나오스 노바’가 더 나을 듯하다. 웅장한 실내 디자인에 코냑과 시가를 즐길 수 있는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어 남성들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다. 소규모 디너 공연이 가능한 지하부터, 와인바와 라운지가 있는 2, 3층, 시가와 코냑을 즐길 수 있는 4층까지 각 공간에 테마가 정해져 있어 원하는 공간에서 즐길 수 있다. 와규를 숙성시켜 만든 에이지드 비프나 송아지 정강이 살을 이용한 리조토가 유명하다. 754-2022, www.naosnova.net

여러 명의 친구들이 함께라면 점심 때(낮 12시∼오후 2시 반) 리츠칼튼 서울의 레스토랑 ‘더 가든’의 뷔페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40여 가지 다양한 지중해식 에피타이저가 준비돼 있고, 고객이 원하는 취향대로 파스타를 바로 주문할 수도 있다. 올해 말까지는 싱싱한 굴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오이스터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가격은 4만3000원.

○ 지갑이 얇은 커플은 만족 두배 하우스와인

대학생 커플처럼 지갑은 가볍지만 특별한 데이트를 원하는 커플에게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레스토랑 ‘까사 에스파냐’가 있다. 이곳에서는 데이트에 필수인 와인의 가격이 다른 곳의 절반 정도다. 게다가 양도 많다. 스페인의 유명 요리인 파에야와 타파스뿐 아니라 정통 스페인 가정식도 맛볼 수 있다. 저렴하면서도 독특한 요리이기 때문에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다. 특히 이곳의 하우스 와인은 다른 레스토랑에서는 3∼4만 원이지만 1만 원으로 저렴하다. 02-563-4567, blog.naver.com/casaespana/70072175206

이외에도 아이들이 있는 부부라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안나비니’도 좋다. 이탈리아의 가정집에 방문한 느낌을 갖게 하는 편안한 인테리어로 가족이 함께 화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며 아침마다 제과장이 빵과 쿠키, 케이크 등을 직접 만든다. 바닷가재 한 마리를 통째로 조리해 토마토소스와 곁들인 스파게티와 국내산 한우 안심으로 만든 스테이크가 유명하다. 02-3444-1275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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