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디지털 시대에 부활한 방문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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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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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홈쇼핑 업체인 CJ오쇼핑은 꽤나 특별한 방송을 했습니다. 이 방송에서는 모두가 홈쇼핑 채널이라는 이야기만 들어도 마치 ‘파블로프의 개’처럼 자동적으로 연상하는 쇼핑 호스트들의 단골 발언들이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 제품은 ××전자의 신제품으로…” 혹은 “지금 판매하는 가격은 시중가의 절반 수준입니다” 등등.

이 방송에 나온 쇼핑 호스트들의 이야기를 옮겨 볼까요? “여성이기 때문에 더욱 반가울 거 같네요. 여성의 힘을 보여주세요.” “여성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가정을 돌보면서도 고소득을 노리시는 분들, 이 시간 주목하세요.”

어떤 물건을 판 것일까요? 정답은 LG생활건강의 화장품인 ‘오휘’ 컨설턴트 모집입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방문판매원이죠. 일반적으로 사양직종으로 생각하는 방문판매원이 요즘 새롭게 뜨고 있습니다. 홈쇼핑 채널에서 구인 방송까지 실시한 건 화장품 업계의 방문판매원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구인 방송을 했던 LG생활건강은 2002년이 되어서야 방문판매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600명에서 시작했던 판매원 수는 지금 1만1000명을 넘어섰습니다. 2005년 이후 방문판매 부문의 연평균 신장률은 70%. 지금은 방문판매가 LG생활건강 매출의 32%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인터넷 상거래가 태동하던 2002년부터, 그야말로 거대한 ‘아날로그의 제국’을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죠.

다른 화장품 회사들도 금융 위기가 본격화한 지난해부터 방문판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국내 1위 화장품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분기(7∼9월)에 방문판매부문 성장률 8.6%를 기록했습니다. 발효화장품 전문회사인 미애부도 문화강좌까지 열어가며 방문판매원들을 대접해 주고 있다는군요. 지난해부터 속속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청호나이스나 교원L&C 같은 곳도 모두 이미 방문판매원을 확보한 정수기 회사들입니다. 이래저래 방문판매원들의 주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방문판매는 다른 어떤 유통 경로보다 단계가 간단해 마진이 좋을뿐더러 사람의 ‘체온’이 그리운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판매 성공률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디지털 시대에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뜻입니다. 모처럼 불기 시작한 방문판매원 바람이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한 후에도 유지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재명 산업부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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