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하나가 뿜어내는 에너지

  • 동아일보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수천 씨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신월인천강지곡’. 사진 제공 전수천 씨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수천 씨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신월인천강지곡’. 사진 제공 전수천 씨
전수천 교수 설치미술전
밋밋한 공간에 긴장감이…


지름 4.7m인 반구(半球) 형태의 구조물 안팎에 1000개의 거울이 부착돼 있다. 건물 천장엔 낮이면 거울에 비친 햇빛이 은은히 반사되고, 밤이면 조그만 개울에 비친 달의 영상 이미지를 쏘아 올려 신비한 분위기를 뿜어낸다.

설치미술가 전수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62)가 서울대 미술관 정문 앞에 선보인 신작 ‘신월인천강지곡’이다. 반구의 밑바닥에는 삶의 빛을 뜻하는 소금과 지혜를 상징하는 책들이 놓여 있다. 전 씨는 “세종의 ‘월인천강지곡’은 부처의 말씀을 알리기 위해 쓴 책이지만 나는 오늘날의 사고로 새롭게 해석해 우리 자신을 비추고 사회를 비추는 고요한 기호적 상징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기간에 관람객들이 책을 갖다 놓아 1000권의 책을 쌓는 것이 작가의 희망이다.

미술관 안으로 들어가면 27m 길이의 네온 설치작품 ‘선은 정지를 파괴한다’와 단순 명료한 목탄 드로잉 4점을 볼 수 있다. 그는 “글씨도 선이다. 모든 것은 선에서 시작한다. 선은 정지에서 시작하지만 결국 선은 정지를 파괴한다”고 말한다. 조명등 15개를 하나로 이어 붙여 지하부터 지상까지 미술관 중앙을 가로지른 설치작품은 선 하나가 밋밋한 공간에 얼마나 큰 에너지를 채워 넣는지 보여준다. 전시는 12월 12일까지. 02-880-9504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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