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어허야 디야~” 신명 난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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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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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관객 기립박수-커튼콜 추임새
월드뮤직엑스포 ‘들소리’ 쇼케이스 공연

지난달 30일 밤 퓨전국악그룹 ‘들소리’가 덴마크 뉴코펜하겐 콘서트센터에서 워멕스(WOMEX) 쇼케이스 무대에 올랐다. 공식 쇼케이스에 진출한 첫 한국팀인 들소리는 이례적인 기립박수와 앙코르를 받았다. 사진 제공 들소리
지난달 30일 밤 퓨전국악그룹 ‘들소리’가 덴마크 뉴코펜하겐 콘서트센터에서 워멕스(WOMEX) 쇼케이스 무대에 올랐다. 공식 쇼케이스에 진출한 첫 한국팀인 들소리는 이례적인 기립박수와 앙코르를 받았다. 사진 제공 들소리
“어허야 디야! 어허야 디야…!”

덴마크 코펜하겐 밤하늘에 한국의 ‘뱃노래’ 합창이 울렸다. 10월 30일 오후 11시 15분(현지 시간) 뉴코펜하겐 콘서트센터 ‘워멕스(WOMEX·월드뮤직엑스포)’ 쇼케이스 공연장을 찾은 1600여 명은 한국 퓨전국악그룹 ‘들소리’의 선창을 목청껏 따라 부르며 신명 나는 곡조에 몸과 마음을 실었다.

1994년 시작된 워멕스는 각국 월드뮤직(world music·영미권 밖 음악) 연주자와 업계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음악박람회. 올해는 60여 나라의 500여 명이 참가해 저마다의 음악을 주고받으며 상업적 가능성을 타진했다.

북, 장구 등 타악기 중심의 국악에 키보드, 드럼 같은 현대음악 요소를 접목시켜 연주하는 들소리는 창작음악 ‘월드비트 비나리’를 들고 한국 팀으로는 처음 워멕스 공식 쇼케이스에 진출했다.

워멕스 쇼케이스는 냉정한 오디션에 가깝다. 대부분 공연 또는 음반 기획자인 관객의 관심은 ‘이 음악이 과연 장사가 될까’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공연 시작 5분여 안에 관객의 귀와 눈을 사로잡지 못하면 우르르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들소리 문갑현 대표(48)는 “공연 시작 10분쯤 전에는 긴장해서 말도 잘 안 나왔다”고 했다.

첫 곡 ‘열 고(鼓)’의 여섯 큰북 소리가 절묘하게 휘둘려 꺾이는 가운데 문득 객석을 돌아본 리더 하택후 씨(30)가 씩 웃으며 오른팔을 휘두르자 머뭇거리던 관객들이 일제히 환호를 터뜨렸다. 하 씨는 “다들 너무 뻣뻣한 것 같아서 소통을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진작부터 어깨를 들썩이거나 발장단을 맞추며 좀이 쑤셔 하던 관객들은 하 씨의 손짓을 기다렸다는 듯 온몸으로 즐기기 시작했다.

이날 연주한 ‘비나리’는 행복을 축원하는 한국의 전통 기도 행사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민요와 불교음악 등 다채로운 한국의 소리를 모아 ‘법고 시나위’ 등 여섯 곡으로 구성했다. 두 번째 곡 ‘사바하’가 시작되자 은은히 울리는 목탁과 대금 소리 사이로 장삼에 가사를 걸친 보컬 이길영(39) 이중원(28) 이규현 씨(28)가 합장을 한 채 등장했다. “사바하…, 새바라야….” 독경 소리를 변주한 깊은 울림이 관객의 가슴을 적셨다.

절정은 5번째 곡 ‘어허엽’이었다. 관객과 “어허야 디야” 추임새를 주고받던 이중원 씨가 온몸을 팽이처럼 돌리는 재주넘기를 선보이자 아이돌그룹 콘서트장에서 들을 만한 여성들의 비명이 터졌다. 45분 공연이 마무리된 뒤 관객 대부분은 기립박수를 치며 앙코르를 외쳤다. 음악평론가 송기철 씨는 “2004년부터 워멕스를 다녔지만 기립박수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나고 10여 분이 지나도록 자리를 뜨지 못하고 묵묵히 앉아 있던 스위스의 음악저널리스트 요한 요도크 씨(56)는 “완벽하게 정리된 쇼”라며 “예상 못한 포만감을 즐기며 타악기의 믿을 수 없이 아름다운 에코를 하나씩 곱씹어 마음에 담고 있다”고 했다.

코펜하겐=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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