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링크]내면으로의 은둔, 수학은 순수하다

  • 입력 2009년 8월 22일 02시 58분


◇100년의 난제 푸앵카레 추측은 어떻게 풀렸을까?/가스가 마사히토 지음·이수경 옮김/256쪽·1만1000원·살림

2006년 8월 22일 스페인 마드리드,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 수상식장. 사회자가 “수상자가 상을 거부했다”고 발표하자 식장은 크게 술렁였다.

4년마다 수여하는 필즈상은 수학부문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70년 전통의 상. 이를 거부한 사람은 수학의 7대 난제 중 하나로 꼽혀온 ‘푸앵카레 추측’을 증명한 러시아인 그리고리 페렐만이었다.

푸앵카레의 추측은 프랑스의 수학자 푸앵카레가 1904년 제기했다. 한 3차원 공간 위의 모든 폐곡선(閉曲線)을 수축시켜 점으로 만들 수 있다면 이 공간은 반드시 원구로 변형될 수 있다는 명제다. 이에 따르면 로켓에 밧줄을 묶은 뒤 우주를 한바퀴 돌아 지구에 귀환하면 우주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된다. 이 난제를 증명하기 위해 수많은 수학자가 생애를 바쳐 연구했지만 헛수고였다.

일본 NHK의 다큐 제작자인 저자는 이 괴짜 천재 수학자가 어떤 사람인지 추적한다. 저자는 페렐만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서 버섯을 재배하며 은둔 중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를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저자는 그의 친구, 학교 은사, 동료 연구자 등을 만나 상을 거부한 이유를 탐색한다.

저자는 먼저 페렐만이 일했던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테클로프 수학연구소를 찾았다. 페렐만의 동료들은 “상을 거부한 것은 정말 페렐만다운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페렐만의 은사와 어린시절 친구들은 그가 ‘매우 쾌활하고 잘생겼다’고 얘기했다. 그가 1982년 러시아 최연소인 16세의 나이로 국제 수학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는 사실도 일러줬다.

페렐만은 1992년 26세 때 미국으로 이주해 뉴욕대 쿠란트 수리과학연구소에서 일했다. 당시의 동료들은 “페렐만이 40km를 걸어 러시아 빵을 사올 정도로 산책을 좋아했다”고 기억했다. “매우 금욕적인 사람으로 마치 수도자처럼 느껴졌다”고도 했다. 1995년 페렐만은 일류 대학에서 교수직을 제의 받았지만 거절하고 러시아로 돌아갔다.

2002년 가을, 인터넷에는 페렐만이 푸앵카레의 추측을 증명한 논문이 오른다.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 프린스턴대 등의 초청을 받아 뉴욕에서 논문을 설명하는 특별강연을 열었다. 강단에 오른 페렐만은 메모 한 장 없이 칠판에 증명을 적어나갔다.

예일대의 브루스 클라이너 박사는 페렐만을 ‘수학의 만능선수’라고 말했다. 그는 “수학자 중에는 두 분야 이상의 전문가가 거의 없는데 페렐만은 여러 분야에 동시에 능해 난제를 풀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고등과학연구소의 미하일 그로모프 박사는 “페렐만이 대학교수직도 거부하고 러시아에서 7년간 고독하게 연구했기 때문에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학은 순수성에 가장 많이 의존합니다. 자신의 내면이 무너지면 수학은 불가능합니다.”

‘천재 수학자들의 영광과 좌절’(사람과책)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 군이론이라는 새로운 수학분야를 창시한 갈루아, 광선계 이론을 증명한 해밀턴 등 천재 수학자 9명의 좌절과 영광을 담았다. ‘수학의 사생활’(까치)은 수학자들이 남긴 미해결 추측과 증명들을 이해하기 쉽게 소개한다. 탈레스, 피타고라스 등 30인의 이야기를 담은 ‘수학자도 사람이다1, 2’(꼬마이실)는 어린이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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