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민영화 모든 경우의 수 검토”

  • 입력 2009년 8월 14일 02시 54분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MBC는 방문진을 골격으로 하는 공영적 민영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MBC는 방문진을 골격으로 하는 공영적 민영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의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 ‘MBC 대주주’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 간담회

광우병 보도 사과 명령에 ‘대승적 수용’ 운운 부적절
위기상황 여기까지 온건 방문진이 묵인한 측면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김우룡 이사장은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렉싱턴 호텔에서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MBC는 방문진을 골격으로 하는 공영적 민영체제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민영화 여부는 방문진 이사회의 검토, 국민적 공감대 형성, MBC 구성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민영화를 하려고 해도 법률적 회계적 문제가 많고 자산을 재평가하는 작업 등이 복잡해 긴 시간이 필요하다”며 “지상파 3사가 독과점에서 안주하는 체제가 끝나고 있기 때문에 MBC 종사자들도 ‘이대로는 안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많을 것이어서 민영화에 대해 모든 경우의 수를 검토해 가장 많은 사람이 지지하는 방안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포스코나 KT&G를 비롯해 지분을 국민주 등으로 분산 매각해 민영화한 공기업을 참고 모델로 거론했다. 그는 “MBC를 100% 민영화한다거나 대기업에 넘기자는 얘기를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교체설이 불거지는 엄기영 MBC 사장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얘기를 할 상황이 아니며 이사들과 함께 MBC의 업무 보고를 들은 뒤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방문진 이사회는 19, 20일 경영진의 업무보고를 받는다. 김 이사장은 “MBC 경영진에 중점 소명해 달라고 할 질문들이 있다. 그런 질문에 답을 받고서 경영진에 대한 공과를 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특히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에 대해 “당시 MBC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사과 명령을 받은 뒤 엄기영 사장이 ‘대승적 차원에서 (사과 방송 조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교수가 학생에게 리포트를 내라고 했는데 학생이 대승적 차원에서 내겠다고 하는 말과 똑같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은 정확성과 균형감이 중요하고 어느 한 정파에 따라 방송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간담회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공개된 2008년 MBC 경영평가보고서에서 뉴스데스크의 시청률 하락, 차장급 이상 간부 직원이 72%인 기형적 인력 구조, 경영 적자 등을 지적한 것과 관련해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MBC 경영진, 노조와 색깔이 같은 예전 방문진 이사진조차 MBC의 경영 부진, 시청률 하락 등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MBC가 여기까지 온 것은 방문진이 MBC의 문제를 묵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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