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706>先事後得이 非崇德與아,…

  • 입력 2009년 8월 6일 02시 57분


선인들은 공직을 맡으면 ‘할 일을 먼저 하고 얻음을 뒤로 돌린다’는 각오를 다졌다. ‘논어’ ‘顔淵(안연)’편에 나오는 先事後得(선사후득)의 뜻을 새긴 것이다. 공자의 제자 樊遲(번지)가 선생님을 모시고 기우제 지내는 터를 산보하다가, 덕을 높이고 마음의 악을 제거하며 마음속 의혹을 밝히는 방법에 대해 여쭈었다. 곧 崇德(숭덕), 脩慝(수특), 辨惑(변혹) 등 자기계발의 방법을 질문한 것이다. 공자는 질문이 훌륭하다고 칭찬하고 崇德과 脩慝에 대해 우선 이렇게 말했다.

先事後得은 곤란한 일을 먼저 하고 보답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雍也(옹야)’편에서도 樊遲가 仁에 대해 묻자 공자는 ‘仁者(인자) 先難而後獲(선난이후획)’이라 했다. ‘어진 사람은 어려운 일을 앞장서서 하고 보답을 뒤로 돌린다’는 말이다. 곤란한 일이란 육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힘써 제 마음으로 남의 마음을 헤아려 행하려는 强恕(강서)의 행실을 말한다. 非崇德與의 ‘非∼與’는 反問하여 그렇다고 강조하거나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말이다. 非脩慝與도 짜임이 같다. 攻其惡은 자신의 악을 呵責(가책·꾸짖음)함이고, 無攻人之惡은 남의 악을 가책하는 일이 없음이다. 자신의 악은 다스리지 않으면서 남의 잘못을 들춰내 꾸짖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慝은 마음 心과 숨을 匿(닉)으로 이루어진 글자로, 마음 깊이 숨은 악의 뿌리를 말한다.

先事後得은 남과의 관계에서 仁을 실천하는 방법, 攻其惡은 자기 내면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자기계발의 서적이 범람하지만 이렇게 切實한 논리를 담은 책은 별로 없는 듯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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