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 카페]‘친환경’도 품질 경쟁시대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8분


‘친환경’ 경영도 진화하는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에서 친환경 경영이란 쿨비즈 복장을 하거나 조명, 냉난방기기 사용량을 줄이는 에너지 절약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버려지는 원재료를 재처리해 새 제품으로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일렉트로룩스는 지난해 말 친환경 콘셉트 진공청소기인 ‘울트라 사일런서 그린’을 내놨습니다. 흡입 팬의 효율성을 높여 일반 청소기의 3분의 2 정도만 전력을 사용하는 에너지 절약형 제품이라는 특성 외에도 이 제품은 본체와 부품을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본체를 구성하는 플라스틱은 55%, 먼지봉투는 56%를 버려지는 쓰레기를 재처리해 만들었다네요. 이런 재활용 소재는 제품을 다시 버릴 때도 대부분의 부품을 다시 쓸 수 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제품’이라는 상식을 깬 제품도 여럿 나왔습니다. 음향기기 제조업체 소노다인에서는 최근 한지를 사용한 스피커를 선보였습니다. 제품 외형뿐만 아니라 핵심 부품인 진동판까지 한지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한지로 만든 모든 부분은 수작업으로 한지를 한 겹 한 겹 붙인 뒤 자연 건조하는 수고를 들인 결과 일반 플라스틱 진동판보다 내구성이 좋아졌다고 하네요. 오래 써도 음질이 변하지 않는답니다.

이른바 ‘친환경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시작한 업체도 여럿입니다. 삼성전자는 작년 7월 만든 휴대전화(SCH-W510)에 ‘에코’라는 별칭을 붙였습니다. 이 전화기는 배터리 커버 등을 옥수수전분이 주 재료인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땅에 묻으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플라스틱입니다. 주방용품 제조업체 ‘리빙위즈덤’도 옥수수 당을 화학 처리해 만든 식물성 플라스틱으로 도마를 만들었습니다. 이 제품은 환경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도 내뿜지 않아 환경호르몬에 대한 염려도 한번에 날릴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제품들은 만드는 과정에서 원재료 값이 더 비싸거나 재처리에 드는 비용이 많아 일반 제품을 만들 때보다 설비 투자비용이나 원가가 더 든다는 것이 제조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친환경’이라는 흐름은 단순히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무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네요. 물론 아직까지는 일부 회사에서 만드는 일부 제품에만 적용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관심이 더 늘어날수록 앞으로 더 많은 회사에서 더 많은 ‘친환경 제품’을 내놓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원주 산업부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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