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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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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발길을 설계하는 동선(動線) 디자인, 시선을 이끄는 매장 안팎 조명 디자인, 세일 등 이벤트를 알려주는 게시물 디자인은 모두 확고한 하나의 지점-계산대를 가리킨다. VMD는 고객이 그 앞에 서서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카드를 긁도록 돕는 유도 장치다.
○ 롯데백화점…올 컨셉은 리블룸, ‘아이스 파티로의 초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롯데백화점은 연간 VMD 콘셉트를 ‘리블룸(rebloom·다시 피어나기)’으로 정했다. 이 회사 김춘임 디자인실 과장은 “젊은 백화점으로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담은 테마”라며 “익숙해진 기존 모습과 달라진 이야기를 통해 더 다양한 고객과 함께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봄철 디자인 컬러에서부터 이런 의도가 반영됐다. 싱그러운 생동감을 연상시키는 녹색 중심이던 예년과 달리 ‘피어나는 꽃봉오리’를 모티브로 삼아 노랑과 핑크를 많이 쓴 것이다. 노랑은 가라앉은 마음에 활기를 불어넣는 심리적 효과가 있어 경기침체기에 많이 유행하는 색상. 에스컬레이터 옆 액정표시장치(LCD)에는 이벤트 정보와 함께 노란 물감이 탁탁 튀며 확 번지는 듯한 ‘블룸 페인팅’ 그래픽을 선보였다.
여름 디자인 콘셉트 소제목은 ‘±30℃: 아이스 파티로의 초대’다. 쇼윈도와 매장 내 전시공간에 반투명 플라스틱 스트로를 이어 붙여 ‘빙산’을 만들어 놓았다. 깨진 얼음을 형상화한 삼각형 패턴도 함께 썼다. 김 과장은 “뜨거운 여름하늘 아래 차가운 북극해의 이미지를 표현해 일상을 탈출한 시원스러운 즐거움을 느끼도록 했다”며 “여름과 겨울을 한데 묶은 미지의 계절감을 품은 공간연출”이라고 말했다.
○ 신세계백화점…역동적 패션 이미지 강조, ‘열대의 여름’
신세계백화점은 광고 비주얼에서 ‘역동적 패션 이미지’를 강조했다. 봄과 여름 모델은 최근 해외무대 활약이 돋보이는 박혜림 씨. 나풀거리는 시폰 원피스를 입혀 화려한 느낌을 한껏 살렸다. 알록달록한 원색 패션이 유행했던 봄에는 나비를 시즌 테마의 상징으로 삼았다. 마네킹 주변에 나비 모양 장식을 붙이고 매장 천장에는 나비 떼 소품을 달았다.
올여름 패션 테마는 ‘트로피컬’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이에 따라 계절 VMD 제목을 ‘열대의 여름’으로 정하고 노랑과 녹색의 나뭇잎과 물결무늬 의상을 매장 입구에 진열했다. 김은 마케팅팀 VMD총괄 과장은 “신세계백화점은 특히 연말연시 사회 분위기까지 담아야 하는 크리스마스 VMD에 강했다”며 “건물 전체를 하나의 큰 선물로 꾸몄던 2005년, 수십만 개의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해 눈이 내리는 모습을 연출한 2007, 2008년 등 해마다 고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 현대와 갤러리아…조명과 외벽 디자인에 초점
현대백화점의 VMD 초점은 조명이다. 2008년 다시 꾸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본점 2, 3층 명품수입의류 매장, 삼성동 무역센터점 5층 영캐주얼 매장은 조도(照度)를 다른 매장의 4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동선 조도를 내리고 상품에 하이라이트를 맞춰 눈의 피로를 던 것이다.
설상수 인테리어팀 부장은 “의류매장은 타깃 연령대가 높을수록 조명을 어둡게 하고 젊은층 대상 매장은 밝게 하는 것이 보통”이라며 “하지만 무역센터점 5층은 콘트라스트(대비)에 신경을 써서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다”고 말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2004년 선보인 독특한 외벽 디자인을 VMD 요소로 활용하고 있다. 지름 830mm의 유리 디스크 4330개를 건물 전면에 차곡차곡 붙이면서 포개진 2장의 유리 사이에 홀로그램 금속박편을 끼워 넣은 것. 보는 방향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이 디스크 위에 문자를 띄워 이벤트 홍보를 진행한다. 백화점 건물 전체를 전광판으로 쓰고 있는 셈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