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생명이 활짝 피었습니다

  • 입력 2009년 6월 13일 02시 59분


6월, 눈부신 신록의 계절입니다. 녹음의 제전이 절정을 향해 부풀어 오르고 햇살은 생명을 지닌 모든 것의 뿌리까지 파고들어 온 대지가 생명의 물결로 넘실거립니다. 따가운 햇살을 피해 숲으로 들어가면 무수한 생명의 숨결이 너와 나를 구분하지 않고 하나인 듯 정밀하게 호흡합니다. 키 작은 풀포기에서부터 수백 년 된 아름드리나무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생명이 어우러졌지만 그곳은 이를 데 없이 조용합니다. 생김새도 저마다 다르지만 어느 곳에서도 차별의 기운은 발견할 수 없습니다. 작은 것과 큰 것이 하나로 어우러져 거대한 생명의 숲을 이루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숲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로 어우러져 살지 못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온갖 차별의 소음이 무성합니다.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힘 있는 사람과 힘없는 사람,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잘 생긴 사람과 못 생긴 사람으로 나뉘어 서로서로 언성을 높이느라 생명의 아름다움은 스러지고 세상에는 쟁투의 기운이 팽배합니다. 어차피 생명의 근원은 자연이라 모두가 하나일 수밖에 없는데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기를 쓰고 언성을 높일까요.

자신이 왼쪽에 있다고 고집하는 사람은 왼쪽 장애입니다. 자신이 오른쪽에 있다고 고집하는 사람은 오른쪽 장애입니다. 자신이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위쪽 장애이고 아래쪽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래쪽 장애입니다. 모두 자신이 두 발 붙이고 선 위치를 중심으로 만들어낸 지구인의 편견과 아집에 불과합니다. 발을 떼고 무한우주로 나가 유영을 하면 그곳에는 왼쪽도 오른쪽도 위쪽도 아래쪽도 없습니다. 지상에 발붙이고 사는 존재, 눈이 앞에 달려 한 방향만 고집하는 존재의 어리석음을 누군가 위성 시각으로 내려다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6월은 한 해의 중간 지점입니다. 눈부신 신록 앞에서 겸허하게 자신의 존재 좌표를 되돌아보아야 할 시기입니다. 나는 어느 쪽으로 치우쳤는가. 숱한 선인이 일깨우고자 한 중도와 중용의 의미를 되새기면 세상의 소음은 한갓 아전인수의 악다구니에 지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제 나온 곳으로 되돌아가게 만드는 자연의 이치를 깨친다면 자신의 집착과 아집을 두려워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구사한 힘은 자연의 흐름 속에서 결국 나를 옭아매는 힘으로 되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숲의 생명은 숲에서 나서 숲으로 돌아갑니다. 낙엽이 떨어져 양분이 되고 고목이 쓰러져 흙이 됩니다. 그렇게 공존을 위한 나눔으로 하나가 되니 너와 나, 나와 너의 구분이나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자연에서 나타나지 않은 생명이 없거늘 하늘에서 홀로 떨어진 존재처럼 자연을 무시하는 건 오직 인간밖에 없습니다. 부자연스러움 때문에 인간은 고통 받고 자연스러움을 체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은 불멸에 눈을 뜨지 못합니다. 생명의 물결이 넘실거리는 6월,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서로 사랑해야겠습니다. 자연의 바탕자리가 사랑이고 사랑의 바탕자리가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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