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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5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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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자면, 이 책은 ‘영어’(英語)에 관한 책이 아니다. 원제(‘Made in America’)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이 다루는 언어는 영국의 영어가 아니라 미국에서 쓰이는 영어, 즉 미어(美語)다. 콧대 높은 영국인들이 종종 ‘영어의 부패한(또는 타락한) 형태’라고 조롱하는 그 언어를 가리킨다.
미 신대륙에서는 식민지 시절 이후 수많은 신조어가 생겨나며 영국과 다른 영어를 만들어왔다. 신대륙의 새로운 환경에 놓인 개척자들은 영어 어휘의 빈틈을 풍부한 인디언의 말로 메웠다. 알곤키안 부족의 세간쿠(seganku)는 스컹크(skunk)가 됐고 ‘미시시피’ 같은 인디언의 지명은 그대로 가져왔다. 18세기에는 ‘미국 방언’에 대해 종종 언급될 만큼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는 달라졌다. 특히 19세기에 들어서 미국에선 돈과 관련된 속어를 비롯해 수백 가지의 새로운 단어와 표현들이 봇물처럼 쏟아졌다. 달러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buck’부터 ‘to eat crow(마지못해 잘못을 인정하다)’ ‘to talk turkey(솔직하게 말하다)’ ‘to keep one's shirt on(침착하다)’ 같은 표현도 이 시기에 생겨났다.
19세기 말 뉴욕은 500만 명의 시민 중 80%가 외국 태생이거나 이주민의 자녀일 만큼 국제도시가 됐다. 미국을 지칭하는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라는 말도 이 무렵 등장했다. 이민자들은 영어에 수많은 흔적을 남겼다. 전형적인 미국식 의문문인 “How Come?”은 네덜란드어 ‘hoekom’을 그대로 영어로 옮긴 것이다.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된 이후 시작된 ‘골드러시’도 ‘pan out(금이 나오다)’ 같은 표현을 만들어내며 미국의 영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