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와 함께 하는 에코 트레킹]<1>정선 망하∼귤암리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새봄을 맞아 동아일보가 새로운 스타일의 ‘걷기여행’을 연재합니다. 여행지 소개에만 그쳤던 종래와 달리 가이드가 동반한 관광버스로 ‘안전, 편안, 저렴’하게 다녀올 여행상품까지 제공하는 ‘저탄소 녹색성장’ ‘친환경 에코트레킹(Ecology Trekking)’입니다.

이 트레킹은 좀 특별합니다. 산에 올랐다가 다시 되돌아 내려오는 등산 스타일의 고된 걷기가 아닙니다. 온 가족이 숲과 강변, 해변과 두메산골을 두런두런 이야기 꽃 피우며 한 방향으로 타박타박 발걸음 옮기며 여행하는 아웃도어 액티비티 개념의 ‘행복한 걷기’입니다.

이것이 앞으로 8개월간 연재할 ‘블랙야크와 함께하는 에코 트레킹’입니다. ‘블랙야크’는 여성 산악인 오은선 씨(43)가 소속한 ‘㈜동진레저(대표 강태선·www.dongjinl.co.kr )가 전문산악인을 위해 만드는 토종 아웃도어웨어 브랜드입니다. 오 씨는 한국 여성으로는 세계 최초로 ‘7대륙 최고봉 등정’(2006년)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번 걷기여행 시리즈는 한국 산악 투어리즘의 개척자이자 양대 축이라 할 두 산악인의 기꺼운 도움으로 진행됩니다. ‘블랙야크’ 메이커인 ㈜동진레저의 창업자 강태선 대표(60), 국내 유일의 국내 트레킹 전문 여행사 ㈜승우여행사(www.swtour.co.kr)의 창업자 이종승 대표(65)입니다.

강 대표는 한때 등산장비점이 밀집해 주말이면 전국 각지의 산으로 등산객을 실어 나를 관광버스가 구름처럼 몰리던 서울 동대문(정확히는 종로5가)에 최초(1973년)로 등산장비 전문점(동진산악)을 낸 ‘동대문 터줏대감’입니다. ‘동대문’이 한국 산악투어리즘의 본산이자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주말등반을 통해 조성된 레저 액티비티 붐의 밀알이 된 분입니다. 강 대표는 에베레스트와 안나푸르나 등 세계의 고봉을 직접 등정대를 이끌고 올랐던 35년 경력의 전문산악이기도 합니다.

블랙야크는 세계 아웃도어 시장을 공략 중인 토종 브랜드입니다. 이미 10여 년 전 중국에 진출해 ‘고가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대륙에 불어 닥친 아웃도어 레저 붐을 리드하고 있습니다. TV다큐 ‘차마고도’를 통해 낯설지 않게 된 긴 털 소 블랙야크는 그 자체가 히말라야를 상징합니다. 그 히말라야의 칸첸중가봉(8586m)을 지금 블랙야크 전속의 오은선 씨가 오르고 있습니다. ‘여성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급봉 14좌 등반에 도전한 오 씨의 올해 목표는 8000m급 봉우리 5개를 더 올라 14좌 등반을 완료하는 겁니다.

승우여행사 이 대표는 지난 38년간 한눈팔지 않고 오로지 여행업에 종사하며 산을 주제로 한 여행코스와 상품을 개발하고 지금도 현역 가이드로 활동 중인 국내 산악투어리즘의 개척자이자 대부입니다. 그 역시 등반경력 42년의 산악인으로 1987년 백두대간 첫 종주 이래 벌써 여섯 번째 종주산행을 가이드 하는 중입니다.

1998년 문을 연 승우여행사는 그간 국내답사여행과 더불어 백두대간 종주(가이드산행)를 계속해왔습니다. 요즘은 ‘백두대간 즈려밟기’(종주산행)와 풍치만점 구간만 골라 찾는 ‘백미(白眉)대간’을 운영 중입니다. 3년 전부터는 두메산골 오지마을 등 숨겨진 곳만 찾아 떠나는 트레킹 개념의 걷기여행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에 소개될 15개 코스는 이 대표가 38년간 산악가이드 경험을 바탕으로 선별한 ‘대한민국 트레킹코스 100선’에서 고른 것입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매회 소개된 걷기여행코스를 관광버스로 오가며 체험할 수 있는 여행상품을 소개합니다. 이렇게 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개별차량 운행으로 초래될 탄소가스 발생량을 줄이자는 ‘저탄소 녹색성장’ 친환경 개념의 여행 독려입니다. 다른 하나는 소개할 트레킹 코스가 모두 출발점에 되돌아오지 않는 일방향이어서 손수운전으로는 여행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독자여러분의 열독과 더불어 열띤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동강 절벽에 할미꽃이 활짝 피었네

한강 낙동강, 그리고 오대천. 이 세 강은 각기 방향이 다르다. 서해 남해, 그리고 동해로 제각각 서로 등진 채 흐른다. 그러나 태어나기는 한곳이다. 강원 태백 땅이다. 태백에는 삼수령이란 고개가 있다. 정선과 태백, 두 고을을 가르는 백두대간(함백산∼금대봉) 인근이다. 삼수란 한강 낙동강 오대천을 이른다. 이 고개에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 세 강 발원지가 근방이어서인데 곧 백두대간 자락을 이름이다. 반도를 적시는 큰 강 셋이 모두 백두대간에서 태어난 연유. 그 답은 조선후기 지리학자 여암 신경준(1712∼1781)의 저서 ‘산경표’에 있다. 한반도의 인문과 지리를 백두대간 개념으로 최초로 설파한 우리 고유시각의 토종 인문지리서다.

○ 강변 뼝대에 자라는 한국특산종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리고 그런 수많은 물(水)이 모여 강(江)을 만든다(工). 그런데 그 강은 산에서 잉태된다. 강물의 근원이 가장 먼 데서 온 물이어서다. 가장 멀다함은 가장 높은 산일 터. 결국 그 물의 시작은 백두대간이어야만 한다. 세 물의 방향이 다른 것도 같은 이치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산은 스스로 물을 가른다)이어서다.

이 말은 산경표의 근간을 이루는 여암의 자연관이다. 동시에 백두대간이라는 독특한 지리적 안목의 버팀목이다. 산은 물을 가르지만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이 평범한 진리. 그런 백두대간적 시각으로 반도 땅을 바라본다면 세 강의 흐름도 넉넉히 이해된다. 한곳에서 태어났어도 제각각 다른 산줄기로 흘러들었다면 결코 서로가 만날 수 없음이다.

그런데 생각이 여기에서 딱 그친다면 여암을 실망시키는 일이다. 강은 생명의 젖줄. 사람들이 강을 따라 모여 사는 것도 그런 연유다. 강이 산을 넘지 못함은 사람의 삶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기호와 영남, 영동과 영서라는 지방의 색깔이 서로 다름도 또한 같다. 앞으로 강을 찾거든 산부터 볼 일이며 산을 보거든 산자분수령을 기억할 일이다. 사람이 다름을, 문화와 역사가 다름을 우리는 이 말로써 이해해야 한다. 그것만이 서로 화합하고 보듬는 길이니까.

동강할미꽃을 보러 떠난 이날의 트레킹. 그것도 내게는 여암의 인문지리를 따라잡는 또 하나의 여정이었다. 동강할미꽃이 어떤 꽃인가. 이 지구상에 딱 한 곳, 바로 여기 뼝대(석회암지대 산악에 형성되는 거대한 절벽) 만발한 강변에서만 자라는 한국특산종 아닌가. 그것도 이영로 박사(2008년 작고)에 의해 2000년 세계식물학회에 보고돼 뒤늦게 학명을 부여받은 우리 고유의 꽃이다. 그러니 사람살이의 유구한 역사가 깃든 강변의 작은 마을 귤암리를, 그 체취를 담뿍 담아 절벽에서 피고 지는 동강할미꽃을 보러 간다함은 바로 산자분수령의 여암 생각을 따라잡음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트레킹 코스는 아주 짧았다. 아쉬우리만큼. 경운기 바퀴자국 위로 낙엽 소복이 쌓인 그리 높지 않은 양치 재의 임도를 산보걸음으로 넘는 5km 정도다. 그나마도 재 너머로 3분의 1은 옷바우 마을(귤암리 다섯 마을 중 하나)을 지나 조양강변으로 가는 콘크리트포장의 평지 마을길이었다. 그래서 발걸음은 내내 가벼웠다.

고갯마루를 넘어 내려서던 길. 가이드하던 승우여행사 이종승 대표의 한마디에 20여 명의 트레커 모두가 시선을 길바닥으로 돌렸다. 날아온 씨앗으로 꽃 피운 동강할미꽃이 혹시 있을지 모른다는 말이었다. 아니나 다를 까 10여 분 후 한 여성 트레커가 경운기 바퀴자국 사이 작은 둔덕의 풀섶에서 올망졸망 털이 복슬복슬한 꽃대를 내밀고 이제 막 꽃봉오리를 열기 시작한 앙증맞은 동강할미꽃을 찾아냈다.

○ 조양강 상류에 동강생태학습장

드디어 조양강변. 우리를 양치재 너머 망하마을에 내려주고 떠난 관광버스가 버스정류장(귤암리)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찾은 곳은 강 상류 4km 지점의 강변에 새로 지은 동강생태학습장. 강변에 도로를 내준 뼝대의 바위벽에는 곳곳에 동강할미꽃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꽃에 취해 카메라를 들이대기에 여념이 없었다. 동강할미꽃보존회(회장 김형태)의 서덕웅 총무는 “이런 척박한 절벽 바위틈에 뿌리내리고 꽃 피우는 동강할미꽃의 강인한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귤암리 트레킹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은 동강할미꽃마을이 매년 여는 동강할미꽃축제 날. 학습장 마당에서는 부녀회 할머니들이 비빔밥에 정선 별미인 메밀부침과 손두부, 된장찌개로 정성껏 점심상을 봐주었다. 그리고 정선아라리 공연도 펼쳤다. 마지막 순서는 떡메로 찹쌀 찐 밥을 내리쳐 인절미를 만드는 떡치기 체험. 즉석에서 콩고물을 발라 나눠먹던 따끈한 인절미는 평생 기억될 만큼 그 맛이 인상적이었다.

정선=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당일치기 트레킹 거뜬… 순두부-메밀부침 별미

●여행정보

◇찾아가기 ▽양치재 △진입로: 영동고속도로∼새말 나들목∼국도42호선∼심순녀 안흥찐빵∼방림 삼거리∼평창∼창리∼미탄∼광하리∼오른쪽 마을길∼망하마을 △임도 입구: 인삼 밭 사이로 오르는 경운기길(임도) △임도 출구: 재 너머 옷바우 마을(귤암리)의 콘크리트포장도(조양강변 귤암리 마을로 연결). 동강오작교 앞 다리 건너에 마을버스(정선∼조양강∼동강 운행)정류장.

◇트레킹 ▽거리: 5km ▽소요시간: 1시간30분 ▽지형: 고개 ▽난이도(1∼5): 가장 쉬운 1 ▽특징: 낙엽(활엽 및 낙엽송 바늘잎) 뒤덮인 수풀 고개 흙길 70%, 평탄한 계곡 가 콘크리트마을길 30%. 임도의 흙바닥에 드문드문 자생하는 동강할미꽃을 찾으며 걷는 재미가 있다. 또 트레킹 후 조양강변 동강생태학습장 주변 뼝대에서 돌벽에 자생하는 동강할미꽃을 감상하고 사진촬영도 한다.

◇입산 신고: 산불방지 입산금지 기간(5월 15일까지)에 단체로 트레킹할 경우 읍사무소의 사전 허락을 받아야 함. 정선읍 033-562-3002

◇들를 곳 ▽심순녀 안흥찐빵: 심순녀 씨(65)가 1992년 개업한 안흥찐빵의 원조 집. 하지만 안흥찐빵 타운에서는 좀 떨어진 국도42호선 고갯길(강원 횡성군 안흥면 안흥2리 600-3)에 있다. 막걸리로 반죽한 것을 뜨끈한 온돌방 바닥에서 발효시킨 다음 찌는 것, 식은 뒤 다시 쪄도 변치 않는 맛이 특징. 한 상자(20개들이) 7000원. www.anhungjjbb.com 033-342-4460 ▽동강할미꽃마을: 조양강과 동강변의 오지마을(5개)로 구성된 귤암리 주민이 운영. 대동장승제(대보름) 동강할미꽃축제(4월) 봄 산나물(5월초) 뗏목(여름방학 중) 반딧불이 축제(6, 8월)를 연다. 식사를 주문하면 주민이 직접 담근 장과 기른 채소로 장만한 반찬, 손두부와 메밀부침 등으로 맛있는 밥상을 낸다. www.idonggang.com 033-563-3365

<동영상 보러가기>

◇트레킹 여행상품

승우여행사(www.swtour.co.kr)는 하루 일정으로 동강할미꽃 트레킹을 다녀오는 여행상품을 판매한다. 출발(서울 광화문, 잠실)은 12, 18, 19일, 참가비는 4만3000원(회원 4만1000원). 아침(간식)과 점심(동강할미꽃마을 제공 식사), 여행자보험, 안내비 포함. 02-720-8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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