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눈으로 그리지 말라”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3분


부산 토박이 1세대 화가 김종식 회고전

그림의 폭이 넓고 다채롭다. 전시장에는 고유의 필치와 색감으로 완성한 사실적 풍경화와 더불어 표현주의적 색채에, 단색 화면과 기하학적 추상의 작품까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는 작품들이 걸려 있다.

부산에서 나고 자란 화가 김종식(1918∼1988)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부산시립미술관 3층에서 열리고 있는 ‘김종식과 부산 근대미술’전. 우신출과 함께 부산 화단을 가꾼 1세대 토박이 화가의 저력을 보여주는 자리다.

그는 동래고 졸업 후 일본 도쿄제국미술학교를 다녔다. 장욱진 권옥연 등이 그의 유학 동문. 1942년 귀국한 그는 46년 첫 개인전을 열어 존재를 알렸다, 이후 ‘토벽회’, 부산 최초의 미술그룹 ‘춘광회’ 활동과 교직생활을 통해 부산 화단의 형성에 기여했다.

부산의 풍경과 일상을 주로 그린 해방공간의 작품으로는 짙은 윤곽선과 원색으로 그린 부산항 연작이 유명하다. 6·25전쟁 즈음엔 노점상과 귀환동포 등 동시대 삶의 정황을 화폭에 담았다. 추상에 대한 실험을 거쳐 1970년대 청색 윤곽선의 풍경화로 ‘청색시대’를 열었다. 김준기 학예연구사는 “평생 부산을 지키며 살아간 그는 시류와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고집스레 자신의 길을 걸으면서 독창적 스타일을 완성한 예술가”라고 평했다.

‘남의 눈으로 남의 붓으로 그리지 말고 자신이 자신의 눈으로 본 것만 그려야 한다’고 말한 화가. 그 치열한 삶은 600여 권의 스케치북과 2만여 점에 이르는 드로잉과 유화로 남아 있다. 7월 12일까지. 051-744-2602

부산=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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