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만원이면 행복하다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 왕십리역 엔터식스

《연일 치솟는 기름값에 자가용을 몰고 주말 쇼핑에 나서기도

부담스러운 때다.

넉넉지 않은 지갑 사정도 백화점행을 가로막는다.

요즘은 지하철로 손쉽게 갈 수 있는 그곳에 뜨는 ‘잇 플레이스(it place)’들이 많다.

이번 주말 지하철 티켓 하나 들고 봄맞이 쇼핑에 나서보는 것은 어떨까.

‘땅을 파봐야 10원 한 장 나오느냐’는 말도 있지만 지하로 가면 단돈 1만 원에 ‘대박 상품’을 건질 수 있다.

기자가 대표적인 지하 쇼핑 공간인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터미널 지하상가와 성동구 왕십리 민자역사 패션 쇼핑몰 엔터식스를 다녀왔다.》

○ 국내 최대 규모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올해 5월 지하철 9호선 개통을 앞둔 고속버스터미널역 인근에 위치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는 미로다.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를 따라 수백 개의 가게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국내 최대 지하상가인 이곳은 약 1km의 길이에 600곳이 넘는 갖가지 상점이 가득 들어차 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는 크게 1, 2, 3 구역으로 나뉜다. 이 중 1, 2구역은 의류와 패션잡화를 주로 팔고 3구역은 가구, 인테리어 소품을 주로 판다. 3구역 끝으로 가면 꽃 시장도 있다. 반포 방향으로 향하는 1구역에 저렴한 옷가게들이 모여 있다. 신상품이 들어오는 화요일 점심시간 이후엔 따끈따끈한 신제품들을 쇼핑할 수 있다.

기자가 지난달 26일 1, 2구역 400개가 넘는 가게들을 그냥 훑어보는 데만도 걸린 시간이 한 시간 남짓. 다닥다닥 붙어있는 가게마다 손님들을 끌기 위해 가게 앞 판매대에 엄청나게 싼 상품만을 진열해 놓아 이곳을 찾는 쇼핑족들은 그 상품만 뒤적거리면서 돌아다니기 일쑤다. 하지만 자신의 스타일과 맞는 매장을 발견했다면 매장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 살펴보면 진정한 ‘대박 상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쇼핑했을 때 절대 후회하지 않을 품목은 속옷, 티셔츠, 액세서리 등 3가지다. 유명 속옷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절반 가격에 파는 것은 물론 유명 브랜드는 아니지만 몇 번이나 삶아도 톡톡한 면으로 만든 제품을 2000, 3000원에 살 수 있다.

티셔츠는 이곳에서 가장 많이 파는 품목. 1000원부터 1만 원 안팎까지 다양한 가격과 디자인의 티셔츠를 만나볼 수 있다. 얇은 면 소재 티셔츠는 목이나 소매 부분이 쉽게 늘어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도톰한 소재의 티셔츠를 고르는 것이 오래 입을 수 있다.

반면 신발은 실패하기 쉬운 아이템. 디자인에 치중하다보니 착용감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신 액세서리는 도매가로 판매해 실패해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요즘은 헤어핀, 프띠 스카프, 목걸이 등 다양한 액세서리 제품을 단돈 1000원에 파는 가게들도 많이 생겼다. 개점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월 세 번째 목요일이 정기 휴점일이지만 요즘은 쉬는 가게가 거의 없다.

○ 지하철 4개 노선 겹치는 초역세권 쇼핑몰

지난달 21일 찾은 서울 성동구 행당동 왕십리 민자역사에 있는 패션 쇼핑몰 엔터식스 왕십리점. 왕십리는 서울 성동구의 중심이면서 지하철 2·5호선과 중앙선의 환승역이 있는 곳이다. 2010년에 분당선이 연장되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4개 노선의 환승역이 된다. 하루에 왕십리역을 찾는 사람만도 25만∼30만 명일로 ‘목’ 좋은 곳이다.

지난해 9월 왕십리 민자역사에 문을 연 엔터식스는 ‘1030세대’를 겨냥한 패션 쇼핑몰이다. 왕십리 역사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 1만3600m²(약 4500평) 규모로 입점한 이 쇼핑몰은 중세 유럽풍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쇼핑몰 곳곳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쇼핑몰 인테리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젊은 연인들을 볼 수 있다.

기존 패션 쇼핑몰처럼 의류, 액세서리, 신발 등 제품별로 매장을 배치하지 않고 6개 콘셉트에 따라 플라워(여성캐주얼, 화장품), 다운타운(영캐주얼의류), 가든(휴식공간), 플랫폼(진캐주얼), 스카이(등산용품), 그린 애비뉴(스포츠 용품) 등 테마별로 거리를 만들어 그에 맞게 제품을 구성한 점도 이색적이다.

입점 브랜드도 보세 브랜드나 아웃렛 매장 대신 유명 브랜드 위주로 구성돼 있어 백화점과 큰 차이점이 없다.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모아 파는 매대도 쇼핑몰 내에 10여 개에 불과했다. 지나치게 고객 동선(動線)을 배려하다 보니 숍 안에서 쇼핑을 즐기기보다 그냥 쇼핑몰을 구경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대신 ‘신참내기’ 쇼핑몰이라 다른 쇼핑몰이나 백화점보다 멤버십 카드 적립액을 2, 3배로 주는 행사도 많고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도 많으니 눈여겨볼 것. 연중무휴로 평일에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금요일은 오후 10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문을 닫는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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