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신음하는 국민 보며 종교가 입을 닫을 수는 없어”

  • 입력 2009년 2월 19일 02시 58분


종교와 정파를 초월해 우리 사회의 큰 스승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은 1980년 한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도 동아방송 ‘DBS초대석’에 출연해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1980년 당시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종교와 정파를 초월해 우리 사회의 큰 스승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은 1980년 한국이 혼란에 빠졌을 때도 동아방송 ‘DBS초대석’에 출연해 많은 가르침을 주었다. 1980년 당시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DBS 초대석 : 김수환 추기경편 전체 목록
(1980.04.01~1980.04.23 방송)
지금 들어도 생생한 엄혹했던 시절 ‘희망의 음성’

金추기경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동아방송 대담

《“지금 4월인데 아직 5월은 아닙니다. 정치 기류에 있어서도 봄이 오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꽃샘추위도 있을 수 있듯이 그런 추위가 또 올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도 예상됩니다.… 반드시 해야 한다는 확신을 가진다면, 확실히 민주주의로 나가야 한다는 힘이 모아진다면 됩니다.”

(김수환 추기경·1980년 4월 1일 동아방송 ‘DBS 초대석’에서) 추기경의 소망은 간절했다. 197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 추기경은 1980년 ‘서울의 봄’ 시절,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

“참 민주주의 이루려면 법질서의 확립과 함께 인간에 대한 사랑 필요”

1979년 10·26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뒤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사회 혼란에 대한 불안감이 교차하던 때 김 추기경이 정치와 사회, 종교,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 육성 대담이 18일 공개됐다.

김 추기경은 1980년 4월 1일부터 23일까지 동아방송의 ‘DBS초대석’에 출연해 낙태 반대부터 근로자 권익 보호, 남북의 평화적인 교류까지, 지금까지도 큰 가르침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펼쳤다.

김 추기경은 “종교가 인간을 위한 종교라면 어떤 권력이나 체제 아래서 (국민이) 신음하는 것을 보면서 입을 닫을 수는 없다”고 했으며 “언론의 자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인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법질서의 확립과 인간에 대한 사랑, 고전(古典) 읽기를 통한 전반적인 국민수준 향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치인들을 향해서는 “마음의 욕심을 빼고 서로 협력해야 한다. 꼭 내가 대통령을 해야겠다, 그게 아니라 누가 되든지 이 나라가 잘되는 데 도움을 주겠다, 봉사한다고 한다면 뭐가 그리 어려운가. 지도층들은 욕심을 마음에서 빼야 한다”고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당시 발생한 사북탄광 사태에 가슴 아파 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을 먼저 인간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거나 반핵과 군비축소, 평화적 남북교류를 강조하는 등 지금 관점으로 봐도 진취적인 주장을 폈다.

‘DBS초대석’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명사들이 출연했던 화제의 프로그램으로, 대담자는 당시 동아일보 논설주간이었던 권오기 전 부총리 겸 통일원 장관이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영상취재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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