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일흔넷 괴테, 열아홉 소녀에게 빠지다…‘괴테의 사랑’

  • 입력 2009년 1월 31일 02시 59분


◇ 괴테의 사랑/마르틴 발저 지음·박종대 옮김/320쪽·1만700원·이룸

팔짱을 끼고 다정히 산보하는 남녀, 74세 괴테와 19세 울리케. 그들에겐 의혹의 시선이 뒤따랐다. 창피한 줄도 모르는 늙은이의 욕심이다! 저 되바라진 아가씨가 위대한 작가를 꾀어내? 온 세상이 손가락질한다 해도 괴테는 상관없었다. 다만 그 사랑이 등 돌릴까 두려웠을 뿐.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지만 결혼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런 배경에서 ‘마리엔바트의 비가(悲歌)’가 태어난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 독일 작가 마르틴 발저가 1923년 괴테와 울리케의 ‘스캔들’을 근접 촬영하듯 세밀히 그려냈다. 1년 전 여름 휴가지에서 스쳐 지났던 앳된 소녀가 어느 날 괴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자신을 뚫어질 듯 응시하는 울리케와의 만남 뒤 괴테는 갈등에 시달린다.

울리케와 관련 없는 일은 무의미하고 지루했다. 올리케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돌리면 속이 쓰렸다. 울리케의 시선과 말투에 따라 괴테의 기분은 공중으로 솟구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뷔르템베르크 왕의 가장무도회에서 베르테르와 로테로 분장한 두 사람은 55년이라는 나이 차를 넘어선다. 울리케가 “(괴테의 나이는) 키스하기에 아주 좋은 나이”라며 그에게 입 맞추면서 사랑이 시작된다. 주인공이 ‘노년의 대문호’라는 사실을 지워버리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는 한 남자가 눈에 들어온다. 상대의 진심을 확인하기 전 두렵고 설레는 감정, 충만한 사랑에의 기쁨, 실패에 비통해하는 마음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

울리케는 95세까지 독신으로 살다가 세상을 떠난 것으로 전해지는데 소설 속에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괴테를 마음에 품은 것으로 그려졌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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