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클래식, 사이버토피아를 꿈꾼다

  • 입력 2009년 1월 22일 02시 55분


카라얀-클라이버 연주 등 유튜브 동영상 인기

디지털 콘서트-앨범 제작… 온라인 오디션도

《문화평론가 정윤수(43) 씨는 요즘 컴퓨터 속에서 클래식에 대한 향수를 새로 느낄 때가 많다.

그는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명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동영상을 찾아본다.

“클라이버 관련 영상물이 많지 않아 그의 음악은 지금껏 귀로만 접했는데, 최근 유럽 실황장면을 찾았다.

자유로운 지휘법으로 유명한 그의 모습을 직접 보니 클래식을 더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 클래식, 새 길에 들어서다

‘클래식 사이버토피아’가 열리고 있다.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옛날 음악이라는 ‘낡은 옷’을 벗고 인터넷 등 첨단 미디어로 갈아입으면서 대중과의 접점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의 풍토가 서서히 진화해 가고 있다.

유튜브에서 ‘사라 장(Sarah Chang)’으로 검색하면 꼬마시절부터 지금까지 연주 장면을 비롯해 인터뷰와 관련 다큐멘터리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설적인 마에스트로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토벤 교향곡 5번 동영상은 276만 명이 넘게 봤다.

유튜브는 사이버 세계에 잠재돼 있는 클래식의 힘에 주목했다. 지금 온라인상에서 하나의 오케스트라를 완성하는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 프로젝트가 한창이다. 지정곡인 탄둔의 ‘인터넷 심포니 에로이카’의 한 파트를 연주해 동영상으로 올리면 온라인 오디션을 거쳐 단원으로 선발한다는 내용.

서울시향을 비롯해 베를린 필, 런던 심포니, 시드니 오케스트라 등 7개 연주단체가 이 온라인 오디션의 심사에 참여한다. 동영상을 통해 참가자의 음악적 기량과 함께 자세, 악기의 활이 움직이는 방향 등을 보게 된다. 3월 2일 약 80명의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유튜브 아태지역 박현욱 이사는 “클래식 음악도 듣는 것만큼 보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가 됐다”며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오프라인 무대를 비롯해 온라인상에서 각자의 연주를 조합해 하나의 심포니를 들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 디지털로 달려간다

뉴스위크 1월 12일자는 “유튜브와 오케스트라의 조합이 낯설어 보이지만 먼지 낀 LP판 대신 디지털을 향해 달려가는 클래식 음악계의 최근 추세와 관련이 있는 행보”라고 분석했다.

그 선두에는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가 서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24일 오후 8시 핀란드 지휘자 사카리 오라모가 지휘하는 공연을 인터넷 홈페이지의 ‘디지털 콘서트홀’을 통해 생중계한다. 관람료는 9.9유로(약 1만7500원). 지난해 11월 내한공연에서 티켓 가격은 7만∼45만 원이었다.

뉴욕 필은 인터넷에서만 오케스트라 연주를 내려받을 수 있는 ‘DG 콘서트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디지털 콘서트는 공연단체에는 새로운 수익을, 소비자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공연을 제공하는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미국 음반판매량 집계사인 ‘닐슨 사운드 스캔’은 지난해 미국에서 디지털 클래식 앨범의 판매가 47.7% 상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 클래식’은 다양한 용도로 변주되고 있다.

젊은 클래식 연주자 그룹인 앙상블 ‘디토’는 2월 공연을 앞두고 뮤직비디오 형태의 동영상을 찍었다. 아직 음반을 제작하지 않은 피아니스트 김선욱 씨의 인터넷 연주 동영상을 보고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연주회 초청 제의가 왔으며 지난해 롱 티보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신현수 씨는 결선, 예선 연주를 인터넷에서 동영상으로 공개해 기량을 선보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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