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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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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차례 회의 끝 건축 허락
김 교수는 2006년 봄에 이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 현 디자인은 네 차례나 다시 설계 작업을 한 것이다. 10개월 남짓 걸린 시공 기간의 2배 이상을 설계에 들였다.
건축주인 전주교구장 이병호(67) 주교는 “익숙하게 알고 있던 성당의 이미지와 다른 모던한 디자인이 처음에는 낯설었다”고 했다. 김 교수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독특한 맵시만 강조해 지었다가 비가 새거나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다는 다른 교구의 실패작들에 대한 소문도 이 주교를 망설이게 했다.
천주교 신자인 김 교수는 성당이 세워질 대지의 의미를 강조하며 이 주교를 설득했다. 1866년 전북 전주와 충남 공주, 1868년 전북 여산에서 순교한 이들이 잠든 곳. 붉은 벽돌을 두른 도심 주택가의 직육면체 성당으로 무성의하게 채울 땅이 아니었다.
70여 차례의 회의 끝에 건축주의 동의를 얻은 디자인은 관습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새로움을 추구한 부정형(不定形)의 절제미를 지녔다.
대지의 경계 윤곽에 맞춘 예배당 평면에는 직각으로 만나는 벽체가 없다. 비스듬히 엇갈린 모서리 사이를 메운 것은 삼각형으로 재단한 적삼나무 마감재. 모양과 깊이가 모두 다른 채광창은 나무등걸 속에 들어와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시선과 동선이 모이는 제단 쪽 천장 높이는 13m로 입구 쪽(4m)보다 3배 이상 높다. 이로 인해 600여 석의 예배당은 쉽게 접근해서 편안히 우러르는 공간이 됐다. 실제보다 내부가 널찍하게 보이는 효과도 생겼다.
지하에는 7000여 기를 수용할 수 있는 납골당이 있다. 이곳으로 내려가는 통로 난간 벽에는 이 주교가 지은 시가 새겨졌다. “해뜨는 곳과 해지는 곳. 어제와 이제가 함께 부르는 노래….” 천호부활성당은 최근 제31회 한국건축가협회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옛 본당건물 살린 통로 드라마틱
건축가 이재하(38) 씨가 설계한 경기 파주시 문산교회 신관 건물도 높은 곳을 우러르는 제단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선교사들이 107년 전 세운 교회를 1970년대 개축한 본당은 이곳 교인들에게 각별한 삶의 공간이다. 개축공사 때 언덕 위로 직접 벽돌을 져 나르고 콘크리트를 부은 사람들이 현 장로들이기 때문. 이들은 옛 본당이 새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천호부활성당과 똑같이 미송 널판 무늬를 낸 노출콘크리트로 마감한 두 채의 신관이 본당 아래 동서로 나뉘어 시립했다. 신전의 제단으로 접근하는 기둥 사이 통로를 연상시키는 배치다. 두 직육면체 건물 사이의 중앙계단은 본당으로 나아가는 길을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이 씨는 본당 지하를 진입 계단과 연결해 신자들의 동선(動線)에 빛을 끌어들였다. 콘크리트 계단을 헐어내 곧바로 지하에 들어오는 입구를 낸 것. 첨탑에만 머물던 겨울 오후 햇살은 이제 지하 식당의 공기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