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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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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가 읽으려고 글을 ‘두드립니다.’ 스스로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정립되는 느낌이 좋기 때문입니다. 다만 드래곤 라자 이후 여러 소설을 ‘두드렸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못낸 것 같아요.”
씨름선수가 떠오름 직한 거구에 무뚝뚝한 경상도 말투. 너덧 문장만 이어져도 꽤 긴 답변이다.
판타지문학 작가 이영도(36·사진) 씨는 변함없었다. 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레스토랑 벨라지오에서 열린 ‘드래곤 라자’(황금가지) 출간 10주년 및 신작 ‘그림자 자국’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 오랜만에 경남 마산에서 서울로 왔는데도 부스스한 머리와 수염은 그대로였다. “펜으로 쓰지 않고 컴퓨터 키보드를 사용하니까”라며 ‘두드린다’는 표현을 즐기는 것도 여전했다.
10주년을 맞은 감회도 그러했다. 이 씨는 “딱히 발전한 것도 없고, 여전히 한 줄 한 줄 두드릴 때마다 쉽지 않음을 느낀다”고 답했다. ‘한국 판타지문학에 끼친 영향력’에도 손사래만 쳤다. 다만 “이젠 소설로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분위기’ 변화란 대목에서 작가는 꽤 오래 입을 열었다. “10년 전엔 판타지문학을 ‘서양 무협지’ 정도로 여기는 이들도 있었죠. 그에 비하면 인식도 좋아졌고 접근성도 나아졌습니다. 무엇보다 판타지문학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 독자들의 힘입니다.”
이 씨는 상당한 ‘신비주의’ 작가다. 팬들이 보내는 e메일에 가끔 응답하는 것 말곤 열성회원이 많은 팬클럽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는다. 이 씨는 “고마운 일이지만 글과 글쟁이는 전혀 별개”라고 말했다.
“드래곤 라자는 제가 낳은 자식 가운데 장남입니다. 딱 그런 마음입니다. 조만간 다른 동생들도 선보일 겁니다. PC통신 시절의 느낌이 그리워 인터넷 매체 연재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댓글’은… 한참 고민하다 결국 못 달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