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클레오파트라’ 김선경… 때론 묵직하게 때론 신비하게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8시 04분


뱀이 춤춘다. 독사에게 스스로 물려 자살하는 ‘클레오파트라’ 곁에서 무대 위의 뱀은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뻗어가며 복잡한 클레오파트라의 심경을 대신한다.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사랑과 권력을 그린 작품이다. “난 왕이 될 거야”라고 욕망을 노래하지만, 어쩐지 곡조는 구슬프다. 클레오파트라의 심리는 감미로운 뮤지컬 노래들에 실려 있다. 체코 뮤지컬을 국내무대로 옮긴 첫 공연으로, ‘애수’를 즐기는 한국인들의 구미를 돋우는 노래들이 강점이다.

뱀이 ‘유혹’과 ‘수호신’을 상징하듯,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하는 김선경은 클레오파트라의 양면성을 무대에서 십분 발휘한다.

클레오파트라 역을 함께 맡은 가수 박지윤이 가냘프고 섬세한 매력을 뽐낸다면, 배우 김선경은 고뇌하는 왕의 기운을 강하게 내뿜고 있다. 로마의 강력한 남성성과 이집트의 신성한 여성성을 한데 끌어안은 모습이다.

MBC ‘크크섬의 비밀’, ‘태왕사신기’를 통해 최근에야 시청자들에게 강한 여운을 남긴 김선경은 이미 경력이 20년에 다다른 뮤지컬 전문 배우다. 평소 연기를 ‘일’이라고 느끼지 않아 일터를 ‘놀이터’라고 부른다.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아픔을 무대에서 끄집어 풀다보니 배우라는 직업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평소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며, ‘인간적이다’는 말을 최고의 찬사로 여긴다. 영화도 ‘휴머니즘’을 주제로 한 작품을 즐겨 본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선교사가 꿈이었기 때문에, 배우로서 좀 더 유명해지는 것이 꿈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평소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을 스스로 강력히 거부하는 김선경은 뮤지컬 ‘클레오파트라’를 연기하며 “당신들이 생각하는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작품이다. 정말 왕이라면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왕이 될 수 있고, 국민은 왕이 고쳐지길 기다려야한다”며 관람을 적극 추천했다.

클레오파트라를 치명적 매력을 지닌 팜므파탈로 한정할 것인지, 새로운 리더십을 뽐내는 고뇌어린 여왕으로 볼 것인지, 11월 30일까지 김선경의 연기로 확인할 수 있다. 4만원∼10만원, 02-549-4167.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사진제공 | (주)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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