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 이상우의 행복한 아침편지] 아들 많이 아팠지? 미안해∼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8시 28분


제게는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이 있습니다.

컴퓨터 게임하기를 너무나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들을 다독여 하루 한 시간만 게임을 하고 그 이상은 하지 않기로 약속을 받았습니다.

며칠 전 저녁에, 이 녀석이 숙제는 제쳐두고 몇 시간 동안 컴퓨터 게임에 몰두해 있는 겁니다. 제가 하지 말라고 알아듣게 얘기를 하는데, 이 녀석이 신경질을 부리며 제 말을 무시했습니다.

마침내 저는 가슴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회초리를 들어 아들 녀석을 때렸습니다. 그런데 때리다 보니 제 감정을 조절하지 못 해, 좀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아들에게 매질을 한 것 같습니다.

아들 녀석은 눈물범벅, 콧물범벅이 된 얼굴로 자기 방에 들어가더니 얼마동안 울다가 잠이 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새벽녘에 아들 방으로 가서, 아들의 잠든 얼굴을 보는데 문득, “어떻게 얻은 자식인데…” 하는 말이 저절로 새어나왔습니다.

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과 함께 지난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사실 결혼하고 3년 동안 저희 부부는 아이를 갖지 못해 고생을 참 많이 했습니다. 인공수정도 해 보았지만 번번이 실패를 하였습니다.

아내도 저도 무척 힘겨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아내가 항암치료도 받게 되었고, 몹시 고통스런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보 우리 아이 갖지 말자. 그냥 우리 둘이 재미나게 살자” 하면서 아이를 포기했습니다. 그 때, 정말 우연하게도 우리 아이가 생기게 된 겁니다. 다 포기했을 때 찾아온 임신 소식!!

정말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태어난 아들은 그냥 자식이 아니라, 아내와 저에게는 희망이었습니다. 새로 세상을 사는 것 같은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때의 고마움도 퇴색되어 버렸습니다.

제 기분에 따라 아이에게 마구잡이 매질을 해댔다는 게 저를 몹시 속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 날 새벽, 아들에 대한 미안함에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그래서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들아 많이 아팠지? 미안해. 아빠가 너무 화가 났고, 네 행동을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 하지만 다음부턴 아빠의 감정을 좀 더 자제할게” 하며 혼잣말을 했습니다.

잘못한 것을 야단칠 수는 있지만, 너무 감정적으로 매를 들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너무나 사랑하는 아들인데, 제가 부족한 아빠인 것만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대구 수성 | 배동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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