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회장 당선자 2명’ 감리교 어디로

  • 입력 2008년 10월 29일 03시 01분


1위 득표자 피선거권 논란 속

내일 총회 파행-무산 가능성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가 수장인 감독회장 선거의 후유증으로 교단 분열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감리교는 30일 오전 11시 경기 안산시 안산1대학에서 당선자 취임식을 겸한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각각 ‘당선자’라고 주장하는 고수철(65·흑석동제일교회) 목사와 김국도(63·임마누엘교회) 목사 지지자들의 충돌로 총회가 파행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두 명의 당선자=이 선거에는 4명이 출마했으며, 초반부터 2001년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김국도 목사의 후보 자격이 교단법에 저촉된다는 논란이 일었다. 신경하 현 감독회장은 김국도 목사와 관련해 3명의 후보가 낸 ‘후보자 등록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23일 받아들이자 김 후보의 후보 자격 정지를 공고했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장동주 선거관리위원장이 선거를 강행하자 신 감독회장은 장 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김문철 목사에게 직무대행을 맡겼다. 투표 결과는 김 후보가 1위, 고 후보가 2위로 나온 가운데 장 위원장은 김 후보를 당선자로, 김 직무대행은 김 후보의 표를 무효화한 뒤 2위인 고 후보를 당선자로 발표했다.

▽앞으로 어떻게=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신 감독회장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김국도 목사는 교회법은 물론 사회법에 따라 후보 자격이 없기 때문에 당선자는 고수철 후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고수철 목사도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감리교 감독회장은 두 사람이 아니고 분명 한 사람”이라며 “‘선수’ 자격을 박탈당한 부정선수가 이겼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깨끗하게 승복해 총회가 원만하게 치러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국도 목사 측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목사는 “현 감독회장이 선거와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이 아니라 반(反)김국도 목사 편에 서 있었다”며 “감리교 목회자의 대다수가 김 목사를 신임 감독회장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양측은 대화를 단절한 채 30일 총회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형인 김선도(광림교회), 김홍도(금란교회) 목사와 함께 감리교 실세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김국도 목사 측은 16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임마누엘교회에서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감독회장 당선 감사예배를 열었다.

반면 ‘올바른 감리교회를 세우는 모임 준비위원회’는 20일 기자회견에서 김 목사의 퇴진을 요구했고 28일에는 감리교를 위한 특별기도회를 개최했다.

감리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잘못된 선거 풍토와 성장 위주의 교회 분위기 때문에 불거진 문제”라며 “이를 교회가 새롭게 나기 위한 기회로 삼기 위해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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