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501>殘雲收夏暑, 新雨帶秋嵐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9분


殘(잔)은 죽이다 또는 해치다의 뜻, 殘酷(잔혹)처럼 사납다는 뜻, 殘香(잔향)처럼 조금 남거나 부서져 온전하지 않다는 뜻이 있다. 殘雲(잔운)은 흩어져 엷어지는 구름을 가리킨다. 雲(운)의 고문자인 云(운)은 구름이 회전하는 모양을 본떴다. 후에 雨(우)를 더한 지금의 형태가 됨으로써 말하다의 뜻인 云(운)과 구분되게 되었다. 현재 중국에서 쓰는 간체자 云(운)은 본래의 형태로 돌아간 셈이다.

新(신)은 도끼인 斤(근)으로 나무를 베는 모습을 나타냈다. 본뜻은 땔나무로 薪(신)의 본래 형태이다. 후에 새롭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면서, 원래의 뜻인 땔나무는 초(초)를 더한 薪(신)을 만들어 사용하게 되었다. 新雨(신우)는 방금 내린 비 또는 막 내리고 있는 비를 가리킨다.

收(수)는 치다의 뜻인 복(복)이 의미요소이며, 본래는 죄인 또는 짐승 따위를 붙잡다의 뜻이다. 그로부터 收穫(수확)처럼 거두어들이다, 收集(수집)처럼 모으다, 徵收(징수)처럼 받다의 뜻으로 확대되었다. 여기서처럼 거두어 정리하거나 끝내다의 뜻도 있다. 夏暑(하서)는 여름의 더위이다.

帶(대)의 본뜻은 허리띠이다. 윗부분은 양 끝을 맨 띠를 나타냈고, 아랫부분은 아래로 늘어뜨린 장식을 나타냈다. 허리띠를 매다 또는 두르다, 熱帶(열대)처럼 구역, 携帶(휴대)처럼 몸에 지니다, 그리고 어떤 기운이나 빛깔 따위를 띠다의 뜻도 있다. 嵐(람)은 이내, 즉 산림의 안개 또는 푸르스름한 기운이다. 秋嵐(추람)은 가을의 산안개를 가리킨다.

산간과 도심을 막론하고 높고 푸른 하늘이 가을을 부른다. 비라도 한두 차례 오고나면 온 세상이 서둘러 차림새를 바꾸리라. 唐(당) 岑參(잠삼)의 ‘水亭送華陰王少府還縣(수정송화음왕소부환현)’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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