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자기 성찰이 바쁜 일상의 독자들에게 통한 듯”

  • 입력 2008년 8월 28일 02시 57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출간 20돌 신영복 교수

“책 출간 20년은 출소 20년이 된다는 뜻이네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 많은 분들이 책을 좋아해 줘 감사드립니다.”

신영복(67·사진)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출간 20년을 맞았다. 신 교수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한 뒤 이 책을 펴냈다. 당시 햇빛출판사에서 초판이 나왔으며 1998년에는 돌베개에서 개정판을 냈다. 지금까지 나간 책은 모두 60여만 부로 추산된다.

소설가 조정래 씨의 말대로 “뜨겁고 강한 이야기를 낮고 조용하게 풀어내는” 필치가 이 책의 매력. 신 교수는 27일 ‘출간 20주년 기념 북 콘서트’를 앞두고 만난 자리에서 “감옥에선 생각도 정리되고 논리가 섰는데 밖에 나오니 오히려 정보의 홍수에 혼란스러웠다”며 “조용한 자기 성찰이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통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감옥에서 동요 ‘시냇물’을 불렀는데 마지막 ‘넓은 세상 보고 싶어 바다로 간다’ 구절에선 모두 숙연해졌어요. 대학으로 돌아와 종강파티에서도 늘 시냇물을 불렀죠. 같은 구절에서 학생들 얼굴이 재소자들 표정과 같아요. 그때 알았죠. 이들도 마음은 갇혀 있구나…. 많은 이들이 공감한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신 교수는 2006년 정년퇴임한 뒤에도 강의를 해왔으나 연말에는 교단에서도 물러날 계획이다. 그는 “이제는 아무 계획이나 일 없이 여행하며 세상 구경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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