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물 300여 점 제자리 찾아 흐뭇”

  • 입력 2008년 8월 26일 03시 04분


일본인 아메미야 히로스케 씨(76·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5일 일제강점기 부친이 국내에서 수집한 마제석검, 청자, 청동거울 등 300여 점의 유물을 충남도에 기증했다. 아메미야 씨는 부친이 충남 공주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공주에서 태어났다. 대전=연합뉴스
일본인 아메미야 히로스케 씨(76·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25일 일제강점기 부친이 국내에서 수집한 마제석검, 청자, 청동거울 등 300여 점의 유물을 충남도에 기증했다. 아메미야 씨는 부친이 충남 공주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시절 공주에서 태어났다. 대전=연합뉴스
공주서 어린시절 보낸 日 아메미야 씨 충남도에 기증

충남 공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일본인이 자신이 소장해온 한국 유물 300여 점을 충남도에 기증했다.

일본 요코하마(橫濱) 시에 살고 있는 아메미야 히로스케(雨宮宏輔·76) 씨는 25일 충남도청을 방문해 이완구 충남지사에게 68종 328점의 유물 기증서를 전달했다.

공주에서 살았거나 공주에 학연이 있는 일본인들의 모임인 ‘공주회(公州會)’ 회장인 그는 공주에서 태어나 심상소학교(현 봉황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공주중학교 1학년 때인 1945년 일본이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하자 부친을 따라 귀국했다.

아메미야 씨가 기증한 유물은 청동기시대 마제석검과 고려시대 청동거울 및 청자대접, 분청사기 접시, 조선시대 백자사발, 벼루, 옻칠바가지,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등의 우표 등 여러 시대에 걸쳐 망라돼 있다.

이 유물은 공주에서 사업을 했던 그의 부친 아메미야 다다마사(雨宮忠正) 씨가 취미로 모은 골동품들 가운데 광복 직후 혼란기에 도난당하고 남은 것들이다.

충남도역사문화원 관계자는 “유물에 대해 아직 전문가의 정밀 감정은 받지 않았지만 음각으로 새와 꽃 문양을 새긴 비색의 ‘청자대접’, 안과 밖에 점열무늬를 정교하게 새긴 인화문의 ‘분청사기’는 문화재적 가치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공주 금강을 소재로 한 엽서에는 1910년 금강에 가설된 섶다리 사진이 생생하게 담겨 있어 당시 교량 형태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고려시대 무덤에 부장품으로 매장됐던 그릇 25점은 당시의 매장 풍습을 엿볼 수 있는 유물이다.

아메미야 씨는 2006년 6월 일본 사가(佐賀) 현 가라쓰(唐津) 시에서 열린 ‘무령왕 탄생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공주의 무령왕네트워크협의회와 공주향토문화연구회 등 시민단체들이 유물 반환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기증을 결심했다.

그는 유물을 기증한 뒤 “이제야 유물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 마음이 흐뭇하다”며 “많은 사람이 이 유물을 보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완구 지사는 “귀중한 문화재를 충남도에 기증한 아메미야 씨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백제문화재단을 설립해 민간 차원의 ‘백제 유물 반환 보존 운동’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갈 방침인데 이번 유물 기증이 그 물꼬를 텄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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