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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21일 0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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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케나지는 내한공연에서 연주자가 아니라 지휘자로 나선다. 협연자는 한국의 피아니스트 임동혁(24).
두 사람은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 출신인 데다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 세대를 초월한 화음을 선사할 두 사람이 e메일을 통해 대담을 나눴다.
▽임=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은 러시아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연주했던 곡입니다. 쉽게 와 닿는 멜로디와 선율, 클라이맥스의 열정이 매력적인 작품이지요. 연주가 어려운 곡이지만 제가 존경하는 마에스트로께서 지휘를 해주시니 안심이 됩니다.
▽아시케나지=동혁 씨의 피아노 연주는 잘 알고 있습니다. 1962년 소련 문화부에서 차이콥스키 콩쿠르에 참가하라고 했을 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손이 크지 않은 제게 이 곡은 적합하지 않거든요. (키가 168cm인 아시케나지는 손가락이 짧아 라흐마니노프의 곡 등 손가락을 넓게 벌려야 하는 대목에선 잘게 쪼개서 치는 자신만의 주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운 좋게 공동 우승했지만, 이후로는 이 곡을 연주하지 않았어요.
▽임=저는 쇼팽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입상 후 한동안 슬럼프와 방황을 겪었습니다. 독일에 있을 때는 아우토반에서 스피드를 즐기기도 했습니다만, 지난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면서 피아노 연주를 다시 하게 됐습니다. 마에스트로께서도 방황하신 적이 있는지요.
▽아시케나지=차이콥스키 콩쿠르 수상 이후 계속되는 소련 정부의 간섭과 통제 때문에 자유로운 연주 활동을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1963년 영국으로 망명했지요.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많은 걸 배웠지만 저 자신은 서구 음악문화에 더 많은 빚을 졌습니다. 제 운명은 저를 코즈모폴리턴적으로 만들었어요. 동혁 씨나 EUYO 단원처럼 젊었던 시절, 제 관심사는 연습을 통해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임=마에스트로는 쇼팽부터 라흐마니노프, 바흐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레퍼토리를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무대에서 더는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 아쉬움이 클 것 같습니다.
▽아시케나지=당연히 아쉽습니다. 피아노 독주로만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들을 다 연주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피아노 독주자로서 무대에 설 때 사람들이 제게 거는 어마어마한 기대, 작품을 해석함으로써 제 자신이 노출되고, 그로 인해 겪는 어려움과 고독…. 그런 것들은 그립지 않아요! 하지만 지휘자로서 재능 있는 뮤지션들과 작업을 할 수 있는 지금, 그 새로운 운명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공연 티켓은 3만∼15만 원. 02-1577-5266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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