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간 생활 52년동안 ‘중 도둑질’…한 일 비해 받은 것이 너무 많아”

  • 입력 2008년 8월 16일 02시 59분


전영한 기자
전영한 기자
법정스님 하안거 해제 법회 ‘진정한 반성’ 화두 던져

“52년 전 7월 보름 (오늘) 제가 중이 됐습니다. 돌이켜 보니 한 일에 비해 받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내가 ‘중 도둑질’을 하면서 너무 빚을 많이 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법정(法頂) 스님이 15일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하안거(夏安居) 해제 법회를 열었다.

법정 스님은 500여 명의 불자에게 진정한 ‘반성’을 화두로 던졌다.

“승가에서는 여름 안거 해제일을 자자일(自恣日)이라고 해서 (승려들이) 안거 중의 허물을 스스로 참회하고 용서를 빕니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니 절에 들어와 50여 년 동안 밥이며 집이며 심지어 자동차까지 몰고 다니며 빚을 많이 져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그는 또 행복을 막는 탐욕을 경계하라고 강조했다.

“행복하게 사는 데 그렇게 많은 물질이 필요 없는데 허욕을 부리기 때문에 결국 불행해집니다. 제가 사는 강원도 해발 800m 고랭지에도 올해 여름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일찍이 없던 일이지요. 기후 변화는 우리의 탐욕이 불러일으킨 재앙입니다.”

그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 경제를 최우선시하는 사회 풍토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경제 살리기만 외쳐도 한 나라의 지도자로 뽑아주는 세태입니다. 누군들 경제 살리고 싶지 않겠느냐마는 다른 여건들이 맞아야 되는 것이지 구호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헛된 구호에 더는 속지 마시기 바랍니다.”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법문 시작 전 몇몇 불자와 함께 만난 자리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이 화제에 올랐다.

스님은 “사람들은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좋아하지만 은메달, 동메달 따면 서운해한다”며 “선수들은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죽을 고생을 한다. (메달로 선수의 노력을 차별하는 행위는) 비정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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