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1000억 환급 가능” KBS문건 확보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9분


정연주 전 KBS 사장이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검찰의 소환 요구에 5차례 불응했던 정 전 사장은 12일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정연주 전 KBS 사장이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검찰의 소환 요구에 5차례 불응했던 정 전 사장은 12일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 검찰, 정연주 前사장 체포… 수사 어떻게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박은석)가 12일 정 전 사장을 전격 체포함에 따라, 검찰이 앞으로 어떻게 정 전 사장의 혐의를 입증해 기소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검찰은 11일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 결정이 내려지자 그동안 공언해 온 대로 곧바로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했고, 12일에는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 머물고 있던 정 전 사장을 체포해 강제조사에 나서는 등 예고된 수순을 밟고 있다.

정 전 사장은 검찰에 연행된 뒤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여러 차례 “정 전 사장의 혐의에 대해 밖에서 피상적으로 보는 것과 수사팀이 여러 증거를 통해 모든 내용을 보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검찰은 정 전 사장의 ‘내심(內心)의 배임 의사’를 입증할 열쇠가 될 KBS의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배임죄의 입증에는 ‘회사의 이익에 반해 행동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전직 KBS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 내부 문건에는 세금환급 소송 1심 판결의 취지에 따라 세무당국이 KBS에 세금을 재산정해 부과하더라도 1000억 원이 훨씬 넘는 돈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KBS는 그동안 “세금환급 소송으로 최종 승소하는 것은 불투명하며 1심 판결의 취지는 KBS의 승소가 아니라 재산정하라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2, 3심에서 KBS 측이 승소하는 것과는 별도로, 이 문건에 따르면 KBS가 자체적으로 세금을 재산정한 결과 1000억 원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다.

검찰은 이 문건이 정 전 사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정 전 사장이 이 같은 내부 전망치를 알고도 세금환급 소송을 취하해 조정된 금액인 556억 원만 받은 것은 명백한 배임 의사가 있는 행위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 문건을 정 전 사장의 배임 의사를 입증할 핵심 문건으로 보고 있다. 대검 중수부 회계분석팀은 정 전 사장의 배임액수를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뿐 아니라, 이 문건의 ‘세금 재산정 시 KBS의 이익 금액’도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KBS의 세금환급 소송과 관련된 ‘세무기획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아 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KBS 직원 정모, 조모 씨를 여러 차례 조사했으나, 최근 이 문건을 추궁하기 시작하자 소환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검 회계분석팀에 의뢰한 정 전 사장의 배임액이 1890억 원으로 산정됨에 따라 정 전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기소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 정 전 사장의 임기 연장 등 ‘개인적 목적’이 확인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한나라 “철저하게 수사해 법치 세워야”▼

민주당 “언론탄압 시나리오대로 진행”

선진당 “더는 국론분열 말고 사법부 판단 기다려야”

검찰이 12일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체포한 데 대해 정치권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은 논평에서 “코드방송 사장 정연주 씨는 검찰 소환을 다섯 번이나 무시하며 법 위에 군림해 왔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해야 한다”며 “검찰은 이제라도 정 씨를 엄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정 전 사장의 검찰 출석 요구 불응은 법을 무시하고 경시한 것”이라며 “더는 국론 분열을 야기하지 말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논평했다.

반면 민주당 김유정 대변인은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이 속전속결로 해치웠다”며 “이명박 정권의 언론 탄압 시나리오가 그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체포영장을 발부한 법원에도 깊은 분노와 실망감을 금할 길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방송 민주화를 위해 싸워 온 국민을 모두 체포한 것과 같다”며 “KBS를 어용 방송화하려는 청와대에 검찰과 재판부가 장단을 맞춘 것이다”고 말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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