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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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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8∼10일 이 영화의 전국 관객 수는 5만9818명. 개봉 첫 주말인 7월 25∼27일 62만6624명으로 기세를 올렸지만 8월 1∼3일에는 27만6113명으로 하강세였다. 전국 470개가 넘었던 스크린 수는 11일 81개로 줄었다.
10일까지 이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영진위 집계로 163만 명이다.
투자배급업체인 쇼박스 집계로도 첫 주말 63만7495명, 1∼3일 58만3823명, 8∼10일 6만9455명으로 관객이 급격하게 줄었다. 쇼박스 측은 “손익분기점인 300만 명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흥행성적은 이 감독의 명성과 2005년 ‘왕의 남자’로 전국 관객 1230만 명을 기록한 성적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
2006년 ‘라디오 스타’는 187만9500명으로 흥행에서는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따뜻한 휴머니즘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님은 먼 곳에’의 흥행 부진은 2007년 126만 명에 그친 ‘즐거운 인생’과 다르게 해석되고 있다.
‘님은 먼 곳에’는 소박한 만듦새의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과 달리 대규모 해외 로케를 감행한 영화다. 관객 수가 비슷해도 투자사가 진 부담의 차원이 다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신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관객들이 ‘님은 먼 곳에’를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비이성적 여성관, 다른 하나는 베트남전쟁을 회상하는 시대착오적 낭만주의다.
이 영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편을 찾아 전쟁터로 떠난 여인’의 경험담을 그렸다. 남편 상길(엄태웅)은 “부모가 시켜서 원하지 않는 결혼을 했다”며 아내 순이(수애)를 떠나 베트남 전쟁터로 향한다. 순이는 그런 남편을 찾기 위해 위문단 가수가 돼 베트남으로 간다. 이 여성은 베트콩에게 붙잡히는 온갖 고초를 겪더니 결국 미군에게 몸을 판 대가로 남편과 재회한다.
영화평론가 황진미 씨는 “여성을 간판에 내민다고 여성영화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주체적인 욕망을 가진 여자의 시선을 반영하지 않고 모성애에 대한 환상을 철저하게 남성 중심적으로 그린 영화”라고 평했다.
한국인에게 ‘평범한 전쟁’일 수 없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해석도 아쉽다는 평가가 많다.
영화평론가 전찬일 씨는 “시대의 폭력을 얼마든지 의미 있게 담아낼 수 있는 좋은 그릇을 전혀 살리지 못했다”며 “‘님은 먼 곳에’가 관객에게 외면받은 것은 욕망 없는 인간들의 세계를 그린 비현실적 판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