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여왕의 시대(역사를 움직인 12명의 여왕)

  • 입력 2008년 6월 28일 02시 58분


◇여왕의 시대(역사를 움직인 12명의 여왕)/바이하이진 지음·김문주 옮김/560쪽·2만1000원·미래의 창

그들의 삶은 늘 호기심의 대상이다.

화려하고 비극적인 삶은 수없이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끊임없이 오르내린다. 당대의 영웅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의 마음을 한꺼번에 사로잡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여인의 몸으로 제위에 올라 스스로를 ‘성신황제’라고 칭하고 나라이름까지 당에서 주(周)로 개명한 측천무후, 농노제 폐지, 의무교육제도 등 각종 개혁을 단행 해 오스트리아를 번영시킨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

이 책은 ‘여왕’이란 키워드로 읽는 세계사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에 이름을 떨쳤던 12명의 여왕을 만나볼 수 있다. 당대 상황이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원전 알렉산더의 이집트 정복에서부터 클레오파트라가 태어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탄생, 로마의 삼두정치, 프로이센의 7년 전쟁 등 그들의 삶을 가로지른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어진다.

이들을 둘러싼 후세의 무성한 소문과 풍부한 뒷이야기 역시 빠질 수 없다. 잔혹한 살육과 음탕한 성욕으로 역사상 최고의 악녀로 꼽히는 아그리피나(로마 황제 네로의 어머니)의 삶과 다른 어떤 업적보다도 사치스럽고 은밀한 사생활로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긴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2세의 일화가 흥미진진하다. 중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여제이자 뛰어난 치세로 평가받는 측천무후조차 남자를 밝힌 요부로 비난의 대상이 된다.

대부분의 여왕에겐 그들의 업적 못지않게 남성편력 등에 관한 혹평이 꼬리표처럼 뒤따른다.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걸출한 여성 지도자들에 대한 시샘어린 비방과 질투 때문이었을까.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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