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뮤지컬 흥행의 히든카드 ‘커튼콜’

  • 입력 2008년 6월 19일 02시 56분


“진짜 진짜 좋아해∼ 너를 너를 좋아해∼.”

15일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창작뮤지컬 ‘진짜 진짜 좋아해’(사진)의 커튼콜 무대. 배우들이 나와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 넘버(노래)인 ‘진짜 진짜 좋아해’를 부르며 춤추기 시작했다. 객석에 앉아 있던 관객들은 일제히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한 중년 여성은 벌떡 일어서서 “본공연도 재미있지만 이 커튼콜을 안 봤으면 정말 아까울 뻔했어”라면서 춤을 추었다. 본공연보다 커튼콜을 더 즐기는 분위기였다.

커튼콜. 공연이 끝나고 관객이 찬사의 표현으로 환성과 박수를 보내 무대 뒤로 퇴장한 출연자를 무대로 불러내는 것을 말한다.

최근 뮤지컬 커튼콜이 관객의 인기를 끌면서 흥행의 한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4년 ‘맘마미아’의 커튼콜 공연이 성공한 후 즉흥적인 앙코르가 아니라 처음부터 체계적인 이벤트로 기획되는 추세다.

○ 한국형 뮤지컬 문화 ‘커튼콜’

2007년 공연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올 슉 업’은 한국 초연작. 브로드웨이에서 흥행에 실패했던 작품이기 때문에 국내 흥행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대박이었다. 그 비결은 커튼콜이었다. 당시 배우들은 무대로 나와 흥겨운 곡인 ‘컴 온 에브리보디’를 불렀고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이끌어 냈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은 팀장은 “행여 공연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커튼콜에서 흥겹게 즐길 수 있으면 만족스러워하는 관객이 많다”고 말했다.

‘아이다’도 마찬가지. ‘아이다’의 브로드웨이 제작팀은 한국 공연에서 앙상블(단역)이 각각 춤을 추며 나오는 이색적인 커튼콜을 넣어 호응을 얻었다. 신시뮤지컬컴퍼니의 최승희 팀장은 “브로드웨이에서는 배우들이 인사만 하고 들어가지만 한국 시장에 맞춰 커튼콜을 독특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맘마미아’ ‘위 윌 록 유’ 등 콘서트형 뮤지컬을 제외하면 커튼콜 공연을 갖는 뮤지컬이 거의 없다.

○ 해외 뮤지컬은 앙코르송, 창작 뮤지컬은 이벤트

커튼콜은 해외 뮤지컬과 국내 창작 뮤지컬 사이에서 차이가 난다.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 들여온 라이선스 뮤지컬의 커튼콜은 공연에서 인기가 많은 뮤지컬 넘버들을 다시 한 번 부르는 형식이다. 7월 막을 올리는 ‘갬블러’는 출연 배우인 허준호, 이건명이 무대에서 뮤지컬 넘버들을 부른다. 8월 공연을 앞둔 ‘맨 오브 라만차’는 주인공 돈키호테를 맡은 배우가 무대 세트인 지하 감옥 계단을 내려오며 메인 송 ‘이룰 수 없는 꿈’을 부르는 장면을 커튼콜로 준비한다.

창작 뮤지컬은 이벤트성 커튼콜을 보여 주는 게 특징이다. 올해 초 인기를 끌었던 ‘라디오 스타’는 커튼콜을 작은 콘서트로 꾸몄다. 최곤 역에 더블 캐스팅된 두 배우가 나와 인기 가요들을 불렀고 공연장은 클럽 분위기를 자아냈다. 쇼플레이의 이지혜 실장은 “가수를 다룬 작품이고 두 배우가 록 밴드 출신이라는 점에 착안해 커튼콜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10년이 넘게 공연되고 있는 ‘사랑은 비를 타고’의 경우 커튼콜에서 미리 받은 관객들의 사연을 소개한 뒤 프러포즈 등 관객을 위한 이벤트를 꾸민다.

○ 커튼콜에서 배우들의 다양한 모습 즐겨

커튼콜은 유독 한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씨는 “한국에서 뮤지컬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공연이 아닌 만큼 배우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라디오 스타’의 경우 무뚝뚝한 라디오 스타 최곤이 커튼콜 무대에서 빠른 템포의 ‘넌 내게 반했어’를 열창하며 무대를 누비는 모습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관객들의 참여 욕구도 또 다른 이유다. 공연홍보사인 클립서비스 신정아 과장은 “우리 관객은 보는 것뿐 아니라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며 “대학로에서 활성화된 창작 뮤지컬들이 관객 참여형 커튼콜을 많이 만드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관객들이 유난히 뮤지컬을 가볍게 웃고 즐기는 오락으로 생각한다는 점도 작용한다. 오디뮤지컬컴퍼니의 신춘수 대표는 “대부분의 관객은 가볍게 즐기는 오락으로 기대하고 뮤지컬을 보러 온다”며 “분위기를 띄우는 커튼콜을 넣는 것이 하나의 추세지만, 작품의 성격에 맞지 않는 커튼콜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