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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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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Day Sale Only!’
지난해 미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주 지역신문인 뉴스앤드옵서버(News & Observer)를 보다가 큼직한 백화점 세일 광고가 눈에 띄었다. 하루만 딱 정해놓고 ‘50% 세일’을 한다는 것이다. 집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메이시스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다. 쇼핑객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백화점은 커다란 대형 몰(mall)의 한쪽 구석에 입점해 있었다. 미국에선 여러 상점이 한데 모여 있는 복합 몰이 대세다. 백화점도 다른 상점이 많은 곳에 있어야 고객의 발길을 유인하기 쉽다는 생각에서다.
1주일 뒤 신문에 또 세일 광고가 나왔다. 이번에는 ‘60%’였다. ‘하루 반짝 세일’이라고 했는데 다시 할인 폭이 커진 것이다. 며칠 지나니 ‘70% 세일’ 광고가 떴다. 나중에는 ‘75% 세일’ 광고가 나오더니 마지막엔 여기에 다시 ‘10% 추가 할인’이라는 광고를 볼 수 있었다.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One Day Sale’이라는 광고는 백화점 세일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런 세일 방식에 익숙한 미국 사람들은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거의 ‘떨이’를 할 때 쇼핑을 했다.
한국 백화점처럼 정기세일 기간만 값을 깎아주고 다시 원래 가격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다. 미국 백화점에선 이처럼 한번 세일에 들어간 제품은 가격이 다시 ‘원 위치’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다.
또 일단 세일에 들어간 품목은 시간이 흐를수록 할인 폭이 커진다. ‘이래도 소비자들이 안 사고 배기나 보자’는 백화점의 강력한 판매 의지를 읽는 듯했다.
미국 백화점이 이처럼 사실상 ‘사시사철 세일’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형 몰에서 다른 점포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큰 도심이 아니면 한국처럼 백화점 단독 건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여러 상점들이 모여 있는 큼직한 몰에 백화점이 입점해 있다.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공장에서 바로 쏟아져 나오는 물건을 파는 아웃렛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다. 백화점으로선 고통스럽지만 소비자로선 즐거운 일이다. 쇼핑객들은 대형 몰에서 아웃렛과 팩토리 스토어, 백화점 등을 왔다 갔다 하면서 싼 물건을 고를 수 있다.
최영해 산업부 차장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