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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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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릴 법한 이름, 문미애(1937∼2004). 그는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악뛰엘전’(1962) 등 초기 추상미술 활동에 참여하다가 1964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남편인 조각가 한용진과 함께 약 10년간 김환기를 중심으로 모인 김봉태 김창렬 등 여러 화가와 교유했다. 평생 작업에서 손을 놓지 않았으나 1984년과 1988년 서울에서 개인전을 끝으로 국내에서 잊혀지다시피 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일관되게 탐구해온 추상표현작업의 여정을 따라간다. 노랑과 분홍 등 단색 바탕 위에 두꺼운 물감을 나이프로 밀어올린 초창기의 작품에선 젊은 감성의 자유로움과 절제가 공존한다. 1980년대부터는 수직 수평의 화면을 나눈 뒤 물감을 중첩시켜 색채의 오묘한 깊이를 드러내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박미정 환기미술관장은 “조안 미첼과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좋아했던 문미애는 자신의 작품에서도 분출하는 격정과 깊이 가라앉은 심연, 두 세계를 보여준다”며 “작가적 기질과 능력이 넘치는 유학 1세대 작가임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여성미술가를 재조명하는 전시”라고 말했다.
전시장 한쪽에 뉴욕 화실을 재현한 공간이 마련돼 작가의 체취를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더불어 그를 아끼고 사랑했던 이들의 작업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덤이다. 남편 한용진의 조각과 김환기의 그림을 비롯해 김창렬 김봉태 김종학 윤명로 등 화우들, 민병옥 임충섭 우규승 등 후배들, 신수희 문성자 박충흠 민균홍 신성희 문소영 등 제자들이 추모의 정을 듬뿍 담아 내놓은 작품들이다. 마치 작품끼리 대화를 나누듯 전시를 구성한 것도 흥미롭다. 6월 15일까지. 어른 7000원, 초중고교생 5000원. 02-391-7701∼2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